<서현진의 독서산책>학습조직의 반란

피터 센게 저 「제5경영」

조직 전체를 위해 오로지 한 사람만이 무엇인가를 배우고 깨우쳐하는 시대는 갔다. 이제까지는 기업의 흥망은 헨리 포드(포드자동차 창업자)나 알프레드 슬론(전 제너럴모터스 회장) 또는 토머스 ●슨(IBM창업자)처럼 한 인물의 탁월함에 의존하는 바가 컸었다. 그러나 기업환경은 한 사람의 역량에 의해 좌지우지되기에는 너무도 역동적이고 복잡한 조직으로 바뀌어 버렸다. 최고경영자로부터 무엇인가 「깨달음」을 얻은 일 또는 탁월한 전략가로부터 전 조직원이 지시만 받으면 되는 일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피터 센게가 「제5경영」을 통해 기술하고 있는 바가 바로 그 해답이다. 센게는 어떤 기업이 경쟁기업보다 앞서 가려면 각 조직 구성원들이 함께 새로운 것을 학습하고자 하는 열의와 재능을 계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하여 종업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나 개념에 대해 개방적인 입장을 견지하며 상호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의 경영방식을 철저하게 파악하며 이 과정에서 공동체 의식을 함양함으로써 여러가지 조직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협동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여기서 강조되고 있는 개념이 학습조직(learning organization)이다. 복잡하고 급변하는 외부세계에 기업이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기 위해서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이 임무의 중심에 있는 것이 학습조직이라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학습조직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이 경영자들의 역할이라는 점이다. 센게는 학습조직 안에서 경영자들은 통제나 감독이 아니라 연구자나 기획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학습조직은 78년 하버드대의 크리스 아지리스와 MIT의 도널드 숀이 처음 학문적 개념을 제시했다. 아지리스와 숀은 공저 「학습조직론」에서 개인의 진취적인 자세나 창의력이 갖가지 관습이나 규칙에 얽매여 있는 조직논리 속에서 어떻게 발휘될 수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하면 개인활동과 조직활동이 생산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가에 대해 집중적인 관심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학습조직의 개념을 하나의 철학적 또는 심리학적 차원 즉, 피상적

으로 연구하는 수준에 그침으로써 후배인 피터 센게의 등장을 예고했다.

센게는 90년 발표한 「제5경영」에서 매우 폭넓은 연구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 개념을 실전 경영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그 이론적 틀을 완성하게 된다. 센게의 성과는 무엇보다 학습조직을 시스템식 사고와 결합시킨 다음, 이에 걸맞은 용어들과 방법을 개발해냄으로써 경영자들이 학습조직 전반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한 점일 것이다. 그는 「제5경영」에서 학습조직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한 5가지 구성요소로 시스템 사고(systems thinking), 개인적 숙련(personal

mastery), 정신적 모델(mental models), 공동의 시각(building shared vision), 팀학습(team learning) 등을 꼽았다.

「제5경영」은 출판과 함께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전세계적으로 학습조직 선풍을 불러 일으켰다. 지난 25년 동안 출판된 경영학서 가운데 베스트5로 꼽히기에 족하다는 찬사도 있었다. 이 책은 또한 현재 기업에서 보편화되고 있는 조직의 보수체계와 급여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 책과는 별개로 센게의 학습조직은 「상당한 믿음과 열정이 뒤따라야만 실천할 수 있는 이론」이라며 학계에서 혹독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여기에다 기업조직을 학습조직으로 변환시켰을 때 기득권 상실을 우려한 경영자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논설위원 j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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