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14일로 9일간의 대장정을 끝내고 막을 내린다.
지난 96년 국제영화제로는 다소 빈약하게 시작한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번 행사의 규모나 위상을 감안해볼 때 불과 5년만에 명실상부한 아시아의 대표영화제로 안정적인 궤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직 세계 유수의 영화제와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심사위원, 게스트, 외신기자 등 외국인들이 대거 부산에 몰려들어 예년과 크게 대비됐는가 하면 세계적인 거장감독들이 잇따라 얼굴을 내밀어 영화제를 한층 빛냈다.
이에 호응하듯 예년의 관람 관례를 바꿔놓은 관객들의 태도도 영화제의 질적 성장을 뒷받침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본영화에 대한 과잉열기로 출품작에 대한 관심도가 불균형을 이뤄 적잖은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으나 올해의 경우 그간 시선을 끌지 못해온 유럽영화를 비롯해 모든 상영작들에 관객들이 두루 관심을 쏟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로 3회째를 맞은 프리마켓인 부산프로모션플랜(PPP)이 세계 굴지의 투자, 제작자들로 북적댄 것도 부산영화제의 성장속도를 한눈에 엿볼 수 있게 했다.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한국영화 필름마켓도 비록 시범단계여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고 보기는 이르지만 한국영화 세일즈와 해외배급을 위한 공식통로를 열었다는 점에서 이번 영화제의 두드러진 성과로 여겨진다.
그러나 부산영화제가 명실상부한 국제영화제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지속적으로 받으려면 이번에도 준비부족으로 드러난 운영미숙을 최소화하고 재원확보에서부터 인프라 구축에 이르기까지 행정당국으로부터 거시적인 영화진흥정책을 도출해 내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강재윤기자 jy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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