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의 방송칼럼>방송연예계의 네티즌 파워

「네티즌」, 이 단어는 한때 미지의 세계를 개척해 나가는 순수한 젊은이들의 이미지를 상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터넷 사용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서면서 「네티즌」은 조심스러워 하고 심지어 두려워 해야하는 무서운 존재로 탈바꿈 해 버렸다. 이제 네티즌은 강력한 여론집단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으며 사회적인 빅 이슈나 국가 정책결정에도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이르렀다. 방송연예 부문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네티즌들의 무서움(?)을 가장 먼저 실감한 분야는 아마도 방송연예부문일 것이다. PC 통신과 인터넷에 가장 익숙한 세대가 방송·연예에 관심 많은 10대에서부터 20대까지기 때문이다.

네티즌의 힘을 가장 절실하게 느끼게 한 사건은 아마도 96년초 인기절정의 남녀 혼성 4인조 가수그룹인 「룰라」를 하루아침에 침몰시킨 일일 것이다.

당시 인기 정상을 달리던 룰라는 「천상유애」라는 신곡을 발표했는데 PC통신에 이 노래가 일본그룹 닌자의 「오마쓰리 닌자」를 표절했다는 글이 올랐고, 논란의 와중에서 한 네티즌이 표절의 대상이 된 일본 원곡을 파일로 만들어 PC통신망에 공개해 버렸다. 신문과 방송 등 기존 언론매체들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룰라의 표절 파동은 무서운 속도로 확산돼 급기야 은퇴선언을 하기에까

지 이르렀다.

룰라를 은퇴시킨 이 사건은 한국의 언론사에 네티즌의 존재를 뚜렷이 부각시킨 사건이었다.

가수, 영화배우, 탤런트 그리고 MC로도 활동했던 만능 엔터테이너 김민종도 한 PC통신에 「귀천도애」가 일본곡 「서머드림」을 표절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결국 96년 10월 가수활동 중단을 선언해야 했다.

이밖에 네티즌들이 「립싱크 가수 추방운동」을 벌이는가 하면 영화 「체인지」의 표절논쟁을 불러일으켰고 맥 라이언이 한국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자 강력히 항의, 공식 사과를 받아내기도 했다.

또 PC통신을 통해 데뷔해 「얼굴없는 가수」 「사이버 서태지」 등으로 불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조PD를 오프라인으로 나오게 만들어 스타덤에 올려놓는가 하면 서태지의 사탄설 파문에서부터 최근 귀국후의 컴백쇼에 대한 반응논쟁에 이르기까지 네티즌들의 파워는 일일이 다 거론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러한 네티즌들의 비판과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그 범위와 파급효과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을 통한 네티즌들의 활발한 의견개진과 비판은 우리나라 연예인과 방송연예계에 큰 자극이 됐으며 그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데 지대한 기여를 했다고 믿는다. 다만 고의적인 편들기나 일방적 비난에 가까운 인신공격을 넘어서서 보다 고급스럽고 깊이있는 비판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는 누구도 이견을 달 수 없을 것이다.

<필자:TV넷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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