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 법제 정비 발등의 불]7회-에필로그

「전자문서 작성자의 신원과 전자문서의 변경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비대칭 암호화방식을 이용해 전자서명생성키로 생성한 정보로서 당해 전자문서에 고유한 것」(전자서명법 제2조2항)

「전자문서 작성자의 신원과 당해 전자문서가 그 작성자에 의해 작성됐음을 나타내는 전자적 형태의 서명」(전자거래기본법 제2조5항)

「전자문서의 명의인을 표시한 문자와 작성자를 식별할 수 있게 하는 기호 또는 부호」(무역업무자동화촉진에 관한 법률 제2조8항)

세가지 법률에서 모두 다르게 정의하고 있지만 동일한 「전자서명」의 개념이다. 가장 기본적인 법적 개념조차 입법주체인 소관 부처마다 제각각 정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최근 행자부가 입법예고한 전자정부법(안)에서는 아예 전자서명이란 용어도 「전자관인」으로 바꿔버릴 정도다. 날로 확산되는 전자금융서비스에서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전자서명법이 전자서명의 법적 효력을 인정하지만, 현행 금융실명제법은 금융기관 계좌개설시 반드시 대면확인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성균관대 최준선 교수는 『용어에 대한 개념정의와 상충되는 관련 법제정리는 법적인 기초작업』이라며 『정부부처가 전자상거래(EC)를 맞이할 채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EC가 점차 사회저변에 확산되면서 기업·소비자·정책당국 등 이해당사자들에 적지않은 혼란과 쟁점을 불러오는 만큼 관련 주체들의 포괄적인 이해조정 작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강력한 의견조율체계 =EC 관련 법제가 여러 소관 부처에 산재하면서 빚어지는 법적 근거의 혼란부터 제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민대 김문환 교수는 『전자거래기본법과 전자서명법이 산자부와 정통부의 이해다툼으로 분리된 사례가 대표적』이라며 『일관되고 통일된 법체계 정비를 위해 강력한 부처간 조정주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위 EC의 기본 3법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는 전자자금이체(EFT)법도 당장 입법절차를 밟지 않더라도 공론화 과정을 통해 향후 추진일정과 대안 등 최소한의 정책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견해다.

벤처법률지원센터 정영훈 대표변호사는 『기업간(B2B) EC의 핵심과제인 지불결제문제, 점증하는 소비자피해 사례 등을 감안하면 EFT법 제정은 시급하다고 본다』면서 『법제화가 아니라면 대체수단이라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업들의 영리활동과 소비자보호 문제가 상충하는 사례가 늘면서 정부는 물론 관련 이해집단들간의 협의문화도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경원대 손진화 교수는 『EFT법 등 EC 관련 법률이나 각종 약관은 서비스 제공자와 소비자간의 팽팽한 의견대립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해당사자들이 적절한 수준에서 합의점을 찾기 위해서도 정부와 범민간차원의 공론화가 절대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부 자문그룹 활용 =미처 경험해 보지 못한 EC환경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역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공식기구」가 아니더라도 외부 전문가그룹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출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사례를 되짚어볼 때 외부로부터의 자문은 정책에 반영되는 경우가 매우 드물었다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평가. 사이버소비자센터 강성진 소장은 『특정 연구기관도 전부 소화하기 힘든 EC 관련 제도정비 작업을 정부에만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면서 『분야별로 외부 전문가그룹을 탄탄히 구축한 뒤 정책자문에 활용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국제무대 대비 =「국가간 EC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수사나 분쟁해결 책임은 어느 나라에 있나.」 당장 판단이 막막할 수밖에 없다. 디지털강국이란 구호가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이제야말로 선진국들과의 공동 논의 채널을 구축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히 조(과)세·소비자보호·저작권·분쟁대응 등은 정부차원에서 내실있는 준비가 필요한 분야다. 섣불리 방향을 제시했다간 각국의 집중포화를 맞을 수 있는 「뜨거운 감자」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최경수 실장은 『어설픈 대응은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무대책이 상책은 아니다』면서 『우리의 목소리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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