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보통신 산업을 움직이는 사람들>33회-부품·산전업계(하);일반부품

일반 전자부품 업계의 최고 경영진 중 상당수는 공과대학을 졸업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아무래도 전자부품사업을 해나가기 위해선 공학과 기술현장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유난히 지연·학연을 따지는 우리나라 풍토에서 전자부품별 선도업체 CEO들의 출신을 따져보면 지역별로 비교적 다양하고 고른 분포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학연으로 보면 일찍부터 공대를 육성한 한양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필코전자의 조종대 사장, 파워넷 홍성용 사장, 삼홍사 이세용 사장, 이수세라믹 이상경 사장 등이 대표적인 한양 공대 출신이다. 70년대 이후 국내 산업계에 대량 수혈된 한양 공대 인맥이 전자부품 업계에서위세를 드러내고 있다.

필코전자의 조종대 사장(53)은 전자부품 업계에서 보기드문 전문 경영인. 72년

한양대 기계과를 졸업한 조종대 사장은 삼영전자공업, 대우전자부품을 거쳐 79년 필립스코리아에 발을 담갔다. 94년 필립스가 노사분규 등으로 경영난을 겪으면서 콘덴서사업을 철수키로 결정하자, 조 사장은 설비와 인력을 인수해 필코전자를 설립했다. 당시 상무로 공장현장을 책임졌던 조 사장은 96년 사장에 취임한 이래 필립스 자본철수 당시 AC 필름 콘덴서 업계 7위권이던 회사를 3위권 이내로 성장시켰다. 조 사장은 성문전자, SKC 등과 제휴, 95년 이전까지 전량 수입에 의존해 오던 4.5미크론 이하의 필름을 국산화하고 현재 1.5미크론 필름까지 국내 생산이 가능토록 했다.

PC용 SMPS분야에서 선두업체인 파워넷 홍성용 사장(45)은 한양대 산업공학과 75학번으로 한양대 대학원을 마치고 페어차일드코리아와 현대전자, 맥슨전자 등 국내외 전자업체를 두루 거치면서 다양한 지인을 확보하고 있다. 과감한 결단성과 추진력 있는 경영스타일로 외환위기 당시 자금난에 허덕이던 삼보컴퓨터를 믿고 과감한 설비증설을 단행, 파워넷을 세계 10위권의 SMPS전문업체로 성장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수세라믹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이상경 사장(49)은 국내 소프트 페라이트시장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인물. 경북 포항출신으로 보성고, 한양대 화공과를 나온 이 사장은 지난 74년 이수화학에 첫발을 내디뎌 이수그룹내에서 착실히 경력을 쌓았고 지난해 이수세라믹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항상 원칙에 충실하고 강직하면서도 부하직원을 세심하게 돌봐주는 보스 기질이 강하다는 것이 주변의 평. 골프실력도 수준급으로 인정받고 있다.

삼홍사의 이세용 사장(55)은 보성고, 한양대 화공과를 나와 이상경 사장의 직속 선배다. 충남 강경출신인 그는 지난 72년도에 삼홍사에 입사, 93년에 사장에 올랐다. 사장취임 이래 소형모터분야를 집중 육성, 국내 정상급의 기술력을 확보했고 북한 현지에서 모터를 임가공하고 있기도 하다.

평소 차분하고 온화한 성격으로 외부손님을 만날 때도 가급적 술자리는 피하고 조촐한 다과로 자리를 마무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외실보다는 내실위주의 경영을 모토로 건실한 회사분위기를 이끌어 가고 있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학연보다도 전자부품업계의 또다른 인맥특성은 여전히 창업 1세대와 2세대가 혼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부품업체들은 세대교체를 보이고 있다. 창업자들은 아들이나 사위에게 회사를 물려주고 있다.

삼영전자공업의 변동준 사장(48)은 68년 삼영전자를 창업한 변호성 회장의 3남. 변 사장은 한양대 체육과를 졸업한 뒤 일본의 기술단과대학인 산업능률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

변 사장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콘덴서 기술수준 격차를 줄이는데 기여했다. 실제 삼영전자공업은 변 사장 취임전 설비 자급률이 50%에 불과했으나 현재 90%선에 이르고 있으며 소재 자급률도 40%에서 80%로 끌어올렸다. 특히 전적으로 해외에 의존하던 설계 기술도 100% 자체적으로 해결했다.

변 사장은 전자산업진흥회 이사, 무역협회 이사, 센서연구조합 이사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으나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내실을 기하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써니전자의 곽영의 사장(58)은 지난 66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창업자인 곽소석씨의 차남.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스타일의 곽 사장은 지난 83년 사장에 취임한 이래 내실경영을 토대로 써니전자가 국내 최대의 수정진동자 업체로 자리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곽 사장은 지난 90년 수정진동자연구조합 이사장으로 취임해 올해까지 10여년간 수정진동자 업계를 이끌고 있다.

이랜텍 이세용 사장, 우영 박기점 사장, 오토닉스 박환기 사장 등은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독특한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자수성가한 창업 1세대.

이랜텍의 이세용 사장(52)은 경희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후 75년부터 78년까지 삼성전자 설계실에서 근무하다 75년초에 이랜텍의 전신인 대희전자를 창업했다.

이 사장이 대희전자를 창업한 것은 당시 반도체 파워 트랜지스터가 등장하면서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액세서리를 국산화하겠다는 일념 때문이었다.

이 사장은 액세서리를 국산화한 이외에도 한전이 승압을 실시하면서 필요하게 된 전압 겸용 스위치, CRT 소켓 등 그동안 수입에 의존하던 각종 부품을 국산화했다.

이 사장의 이같은 국산화 노력은 이랜텍이 캠코더 및 이동전화용 배터리팩, 리모컨, CRT 소켓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했다.

우영의 박기점 회장(56)은 서울대 기계과 출신으로 도쿄대에서 기계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과학기술원에서 5년정도 근무하던 박 회장은 과기원에서 금형 관련 컨설팅 업무를 주로 하다 정밀 금형 기술을 국산화하기 위해 77년 800만원의 밑자금을 가지고 우영을 창업하게 됐다.

이후 금형분야에서 단단히 자리를 잡은 우영은 82년에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커넥터 시장에 새롭게 진출했다.

박 회장은 전형적인 엔지니어 출신으로 한가지 분야에 집요할 정도로 집중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같은 박 회장의 성격 덕분에 우영이 금형, 커넥터, 백라이트 등의 분야에서 상당한 국산화 실적을 거뒀다.

센서분야에서 오토닉스의 박환기 사장(45)은 반드시 알아둬야 할 인물이다. 부산토박이인 그는 검정고시와 경남전문대를 거쳐 80년대 초반 섬유자동화분야에 뛰어든 이래 자동화, 센서, 제어기기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전문가로 통한다.

전형적인 엔지니어로서 연구개발위주의 경영방침을 고수하며 온화한 성격으로 부하들의 의견을 세심하게 수렴해 직원평이 좋다. 여타 경영자와 달리 골프, 담배, 술도 안하며 오로지 연구개발에만 매달리는 스타일.

근접센서, 빔센서 등 첨단 센서제품을 국내최초로 개발, 오토닉스를 센서시장의 선두업체로 성장시켰다. 오는 무역의 날에 500만달러 수출탑도 수상할 예정이며 현재 한국센서연구조합의 이사장도 겸임하고 있다.

또 다른 인맥은 IMF를 거치면서 대기업들이 부품관련분야를 분사하기 시작했다. 대기업계열에서 떨어져 나온 분사업체들도 하나의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 분사업체의 경영자들은 대기업에서 쌓은 경험을 살려 회사를 키워나가고 있다.

에스텍 김충지 사장(59)이 대표적인 이 분야의 경영자다. 김 사장은 문자그대로 스피커업계의 터줏대감으로 경남 산청 출신이다.

그는 부산상고, 부산상대를 졸업하고 73년도 금성사의 스피커부품업체였던 성음사에 입사한 이래 스피커분야에서만 27년간 종사해온 베테랑이다.

김 사장은 오랜 경륜으로 업계에서는 마당발로 소문이 나 있으며 업무처리는 매사 차분하며 평소 직원간 인화를 강조하는 경영철학으로 전형적인 LG맨으로 불리고 있다. 특히 야구를 좋아해 휴식시간에 사원들과 직접 경기를 하고 회사야구단도 이끄는 스포츠광이기도 하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