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에 불용 재고가 산더미같이 쌓여서는 어디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는가. 그것도 일정기간이 지나면 소진되는 것도 아닌 그야말로 사용할 수도 없는 재고가 전자업계에 연간 2조원이나 된다는 보도다.
업체별로는 연간매출의 2%에서 많게는 5%를 차지하고 또 그것을 대부분 버릴 수밖에 없다고 하니 전자업계가 아무리 호황을 구가한다 하더라도 속으로는 곪는 것을 당해낼 재간이 없을 것이다.
통상 이익을 내는 업계의 당기순이익은 매출액의 1∼5%에 불과하다. 그 이상의 순이익을 내는 것은 특별한 경우다. 따라서 불용 재고가 없으면 당기순이익이 그만큼 늘어나는 셈이며 또 적자를 보는 업체는 불용 재고가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더욱 사태가 심각한 것은 불용 재고가 줄기는 커녕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불용 재고가 쌓이는 것은 결국 전자업계의 생산비용을 높이고 그것은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해 그냥 방치할 일이 아니다.
하물며 글로벌경쟁으로 인해 물류비용이 큰 나라나 산업이 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는데, 불용 재고를 그렇게 떠안고는 산업이나 국가가 버틸 수 없는 것이다.
불용 재고가 쌓이는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업체 스스로 수급동향을 예측하지 못하는 데 원인이 있다. 전자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이 짧아지다 보니 부품 수급 동향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일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처럼 많은 불용 재고가 쌓이는 것은 문제다. 또 세트업체들이 부품업체들로부터 대량으로 제품을 구입해 소진하지 못하는 것도 불용 재고가 쌓이는 요인이다.
부품업체와 세트업체 모두가 불용 재고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은 부품업체와 세트업체의 공조를 이루면 가능하다. 즉 부품업체와 세트업체는 제품을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협조를 통해 수급정보를 교환해야 하겠다. 그렇게 하면 부품업체도 부품을 과잉생산할 필요가 없고 세트업체도 부품업체로부터 필요 이상으로 부품을 구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기업체의 생산이나 개발에 대한 비밀유지는 필요한 일이라 하더라도 지나치게 보안을 중시할 경우 득보다 실이 많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웃 일본의 경우 이같은 일을 해냄으로써 세계 최고의 산업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세트업체와 부품업체가 서로 정보를 주고받을 때 서로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것이다.
또 현재 많은 진전을 보이고 있는 부품의 표준화와 공용화를 적극 추진해야 하겠다. 세트업체도 제품을 개발할 경우 기존 부품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상품기획을 실시하면 불용 재고도 줄이고 또 낮은 가격에 부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미 발생해 버린 불용 재고의 경우 그것을 창고에 쌓아두거나 폐기시키지 않고 양성화해 유통시키는 방안을 적극 활용하면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이는 제품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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