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형 히터 특허공방

올 겨울 가정용 보조난방기기 중 가장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선풍기형 히터시장이 최근 특허시비에 휘말리면서 업계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올부터 본격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됐던 선풍기형 히터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돼 먼저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업계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원전기·한아름·한국전자 등 3사가 생산한 선풍기형 원적외선 히터가 가나멀티테크놀로지의 의장등록을 침해하고 있다는 특허청의 결정에 대해 최근 한아름 등이 별도의 의장등록과 함께 부품에 대한 개별 실용신안 등록을 추진하는 등 법적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또 이와는 별도로 특허심판원에 권리범위확인심판과 등록무효심판 등 항소심을 청구, 계류중이어서 선풍기형 히터를 둘러싼 특허시비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나멀티테크놀로지의 이장범 사장은 『지난 97년 위성방송안테나 디자인을 적용해 자체개발한 선풍기형 히터로 의장등록을 출원하고 98년 대대적으로 제품 생산에 돌입했으나 일부 업체들이 우리 제품의 디자인은 물론 사용설명서까지 그대로 도용하고 불량제품을 무더기로 쏟아내 재산상 피해가 막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아름의 김만원 사장은 『가나가 자체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선풍기형 히터는 이미 미국에서 오래전부터 상용화된 기술로 가나가 특허권을 받지 못하고 의장등록만 받은 것도 그 때문』이라며 『우리도 별도의 의장등록을 추진중이므로 특허침해 주장은 가당치도 않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선풍기형 히터를 두고 의장권 침해시비가 계속 이어지면서 올해 이 제품의 판매가 대폭 늘어날 것을 예상해 제품 생산에 돌입한 여타 업체들이 자신들도 특허시비에 말려들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두원테크·르비앙전자·재우·신한일전기 등 주요 중소가전업체들은 이미 선풍기형 히터의 대량생산에 돌입한 상태로 가나멀티테크놀로지측이 의장권 침해로 이들 업체를 고소할 경우 타격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때문에 신일산업 등은 제품 직접생산 방침을 접고 가나에 OEM공급을 의뢰한 상태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은 가나측이 의장권 침해문제를 계속 거론할 경우 공동 대응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중소가전업계 관계자들은 『이제 막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선풍기형 히터시장이 초기부터 특허시비에 휘말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서로의 입장만을 내세우기 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당장의 이익보다는 산업을 육성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공동의 지혜를 모으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