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새벽 전격 발표된 맥스터의 퀀텀 하드디스크사업부 인수는 국내외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이번 합병에 대해 하드디스크 업계 관계자들은 『출혈경쟁을 거듭하던 하드디스크 업체들의 생존을 위한 자구책』이라고 한결같이 평가하고 있다. 실제 세계 하드디스크 시장은 초저가PC의 등장에 따른 PC업체의 부품가격 인하 압력과 업체간 과당경쟁으로 인해 지난 2년간 제품가격이 50% 가까이 하락하는 등 하드디스크 업체의 동반 몰락까지 대두될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그나마 우량 하드디스크 업체로 평가받던 맥스터와 퀀텀은 끊임없는 인수합병(M&A)설에 시달려 왔으며 최근에는 현대전자가 LG반도체 인수에 따른 자금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맥스터를 HP에 매각한다는 소식이 비즈니스위크를 통해 보도된 적도 있다.
하지만 양사는 제3자가 아닌 당사자끼리 합치는 적극적 위기극복의 길을 택했다. 현대전자다운 발상의 대반전이다. 이번 합병으로 맥스터는 매출 60억달러에 시장점유율 35%의 초대형 하드디스크 업체로 발돋움하게 됐으며 이에 따라 퀀텀·맥스터·시게이트·후지쯔·IBM·웨스턴디지털 등 6개사가 팽팽히 맞서던 세계 하드디스크 시장은 1강4중 체제로 재편될 것이다. 표 참조
현대전자는 내친 김에 세계 하드디스크 시장을 평정한다는 야심찬 청사진까지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전자의 한 관계자는 『이번 M&A로 맥스터는 연 5000만개 이상의 하드디스크를 생산, 60억달러 정도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특히 『합병 작업이 마무리되면 최소 120억달러 이상의 경비 절감효과까지 부수적으로 거둘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또 퀀텀코리아의 박용진 사장은 『양사의 합병은 비용절감에 의한 수익개선에 1차적 목적이 있지만 양사가 갖고 있는 하드디스크의 원천기술과 생산공장의 효율적인 배치로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경쟁사에 비해 양사는 플래터당 20GB 제품으로 모델 변경을 조기에 마무리했기 때문에 플래터당 20GB 제품이 주류를 이룰 올 연말부터는 합병의 효과가 더욱 발휘될 전망이다.
한편 이번 M&A를 통해 세계 하드디스크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한 맥스터를 비롯한 주요 업체들은 수익개선을 위해 HDD 가격인상을 추진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최근 4·4분기에 불기 시작한 하드디스크 공급부족 바람과 맞물려 현실성이 더해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맥스터는 이번 합병을 계기로 중대형 컴퓨터용 대형 스토리지 분야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왜냐하면 중대형 컴퓨터용 대형 스토리지 분야에 퀀텀은 시게이트·IBM과 더불어 상당한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SAN과 더불어 중대형 컴퓨터용 스토리지 방식의 양대축을 형성하고 있는 NAS 분야에서 퀀텀은 특히 강점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맥스터는 NAS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한 셈이다.
이번 합병은 세계 하드디스크 시장뿐 아니라 국내 하드디스크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맥스터와 퀀텀 국내 지사의 통합은 지금까지의 관례에 비춰볼 때 시간문제로 보인다. 아직 어느 지사 주도로 통합이 이뤄질 것인가를 판단하기에는 이르지만 본사 차원의 통합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는 올해 말 정도에는 국내 지사 통합의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맥스터코리아의 우기섭 사장은 『아직 본사 차원에서 아무런 지시가 내려오지 않았으며 영업이나 고객지원 등의 업무는 변함없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으며 퀀텀코리아의 박용진 사장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또 OEM 공급을 둘러싸고 시게이트 제품을 공급하던 오션테크놀로지와 삼성전자·퀀텀코리아·맥스터코리아 등이 경합하던 4파전이 합병된 맥스터의 한국지사 주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맥스터의 실질적인 모회사인 현대전자도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이미 맥스터 지분의 일부 매각으로 인수가격 7억달러의 2배를 벌어들인 현대전자는 합병된 맥스터의 영향력 확대로 세계 하드디스크 시장의 맹주로 부상할 전망이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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