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원하는 인터넷 콘텐츠를 입맛에 맞게 마음대로 꾸밀 수 있는 「멀티 웹뷰 엔진」을 개발한 루루커뮤니케이션즈 박병준 사장은 이달부터 두 달간 마케팅과 기술팀을 모두 이끌고 미국으로 장기 출장을 떠난다. 본격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다. 한국통신과 파트너 협상이 오갈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멀고 험한 장도(?)에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인터넷시장의 잠재력은 무한합니다. 좋은 제품과 기술을 가지고 먼저 깃발을 꽂으면 분명 성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에서 기술과 제품을 인정받지 못하면 우물 안 개구리에 그칠 것입니다. 세계시장에서 확보한 경쟁력은 자연스럽게 국내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겨냥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수익확보가 인터넷업계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인터넷업체가 부쩍 많아졌다. 사실 닷컴 위기론이나 수익모델 부재론이 나오기 전부터 해외시장 개척은 모든 기업의 지상과제였다. 더 넓은 시장을 위해, 안정된 해외 판매채널 확보를 위해,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해외시장만큼 매력적인 돌파구도 없었다. 그 당시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선언적 차원에서 이제는 구체적인 실행단계에 돌입했다는 점이다. 수익구조 개선을 위한 닷컴기업의 해외진출은 충분조건이 아닌 필수조건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분석이다.
◇해외 판매채널을 확보한다 =이처럼 해외에서 해결책을 찾는 닷컴기업이 늘어난 것은 내수시장의 한계를 절감하는데다 국내 인터넷산업이 상대적으로 앞서 있어 해외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선 내수공략, 후 해외진출」이라는 전통적인 국내 비즈니스 패러다임까지도 위협받고 있다.
자체 개발한 솔루션은 물론 국내에서 사업성을 검증받은 비즈니스모델과 기술을 내세워 국내보다는 해외에 비중을 두는 인터넷기업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컴은 최근 네이버인도네시아를 설립하면서 로열티 명목으로 자본금 300만 달러 중 40%의 지분을 확보했다. 또 로열티와 별도로 검색 솔루션을 60만 달러에 수출하기로 했다. 유니텔·다음·인츠닷컴·심마니 등 상당수의 토종 인터넷서비스 업체도 해외에서 국내와 똑같은 모델로 서비스를 시도하고 있다. 아직은 동남아시아나 중국·일본 등 상대적으로 인터넷서비스가 뒤떨어진 지역을 겨냥하고 있지만 조만간 미국이나 유럽도 적극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인터넷기업의 전형적인 성장전략인 글로벌네트워크 구축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셈이다.
◇해외에서 자금줄을 찾는다 =수익구조 개선을 위한 또 하나의 해외진출 전략은 해외자본을 적극 유치하는 일이다. 코스닥시장이 침체되고 국내 자금시장이 바닥을 드러낸데다 일부 투자금을 확보하고 있는 캐피털회사도 닷컴기업에 투자를 극도로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국내시장에서 펀딩작업을 생략한 채 외국으로 직행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이 오히려 기술력을 제대로 평가해 주고 해외자본 유치를 통해 국내에서도 기업가치를 크게 올릴 수 있다는 분석에 연유한다. 인터넷 커뮤니티 서비스업체인 프리챌은 최근 미국 GE캐피털을 포함한 5개사에서 10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 회사는 액면가 500원의 30배에 달하는 1만2600원에 유상증자 방식으로 성공적으로 투자를 유치해 주목을 받았다. 인터넷 인큐베이팅 업체인 미래랩도 홍콩계 헤지펀드 회사에서 1000만 달러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등 최근 인터넷기업에 해외 펀딩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심마니 손승현 사장은 『좁은 국내에서 벗어나 해외에 나가 정면으로 승부하거나 새로운 비즈니스를 모색하는 기업이 크게 늘고 있다』며 『막연한 기대심리 대신에 사전에 철저한 조사를 거치고 단일업체보다 콘텐츠·인프라·솔루션 등 컨소시엄을 만들어 공동으로 진출하는 것도 시행착오를 줄이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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