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사람들은 자기 술잔에 자기가 먹고 싶은 만큼 따라 마시는 자작(自酌)문화가 형성돼 있으며 중국이나 러시아·동유럽은 잔을 맞대고 건배를 하는 대작(對酌)문화가 주류를 이룬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술잔을 상대편과 주고 받으며 마시는 수작(酬酌)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술은 강제로 권하지 않으며 상대방이 술잔을 비울 때까지 기다려 주고 극성을 부리지 않는다. 술잔을 돌리지 않기 때문에 술의 분량은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우리의 수작문화는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사람과 사람을 정신적으로 결속시키는 숭고한 수단이었다. 죽음으로 약속한 것을 보증할 필요가 있을 때 한잔에 쏟아부은 짐승의 피를 나눠 마시며 혈맹을 다짐했다. 포석정의 본 뜻도 환락의 현장이 아니라 군(君)·신(臣)·장(將)·졸(卒)이 한잔의 술을 나눠 마시며 일심동체를 확인하고 의리를 다지는 자리였다.
큰 바가지를 뜻하는 대포(大匏, 大飄)도 이러한 일심동체 관념에서 비롯됐다. 여러사람이 한잔술을 나눠 마시려면 잔이 커야 했고 서로 나눠 마시는 술잔이 바가지였기 때문이다. 혼례식에서 합근례라하여 표주박에 술을 따라 신랑·신부가 입을 맞대고 마시는 절차가 있었다. 이러한 돌림술의 규모를 줄인 것이 수작문화인 것이다. 상하의 차별없이 대포 한잔을 돌려 마심으로써 일심동체를 확인하는 것, 얼마나 아름다운 풍습인가.
그런데 요즘에는 우리의 수작문화에 대해 비판의 소리가 만만치 않다. 우리의 수작문화는 일심동체형 술문화이고 돌림술 문화이기 때문에 술잔을 돌리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술을 똑같이 마시게 되고, 술의 종류나 분량을 선택할 수 없다. 때문에 술이 약한 사람은 술자리가 괴롭고 과음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위생상의 문제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름다운 우리 수작문화의 기본정신까지 잊어버려서는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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