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남북경협을 위한 양 수레바퀴

구해우 SK글로벌 대북담당 상무

남북경협은 6·15 남북정상 공동선언에서 천명되었던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이라는 큰 방향 속에서 남북정부당국자와 경제인들이 다방면에 걸쳐서 상호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정부당국자들은 장관급회담·경제실무단회담 등을 통해 경협활성화를 위한 조건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으며, 경제인들은 각 기업차원에서 정보공유와 함께 효율적인 대북사업을 위해 각종 모임들도 만들고 있다. 그 중에서 지난 9월 21일 발족한 「통일IT포럼」은 IT분야 경협에 관심이 많은 북한측의 요구와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IT 분야의 경협을 확대해야만 남북경협을 통한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이라는 목표를 가장 성과적, 효율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기대가 크다.

그런데 이 같은 노력들이 구체적인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양 수레바퀴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그 첫번째 수레바퀴는 상호신뢰다. 남과 북은 비극적인 전쟁을 경험하였으며, 반세기가 넘도록 적대적 관계가 지속되었고, 체제가 다른 사회 속에서 생활해왔다. 따라서 상호이질감을 극복하면서 함께 경제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필자는 그 노력 중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하고 중요한 것이 「만남」이라고 생각한다. 남북경협도 사람이 하는 것인데 서로의 이질감을 극복하고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자주 만나야 된다. 뿐만 아니라 대북 투자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도 있듯이 우리 경제인들이 북한을 직접 둘러보아야 한다. 그래야 투자 소재들을 구체적으로 찾아내고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현 단계는 또한 지금까지 진행돼온 것처럼 각 개인들의 결단과 노력으로 방북을 하고 대북 투자를 고민하는 수공업적인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 예를 들면 「북한경제 시찰단」 같은 것을 남북당국자 협력 속에서 공식적으로 구성하여 진행할 필요가 있다. 북한경제인들의 「남한경제시찰단」뿐만 아니라 남한경제인들의 「북한경제시찰단」도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이 사업도 각 분야별로 좀더 구체적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는데 「통일IT포럼」에서 모범적으로 앞장서서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렇게 남북경제인들이 상호 방문을 통해 만나고 각자의 경제현장을 직접 보는 것을 통해 상호신뢰를 축적, 나아가 상대방의 장단점과 경제적 가능성 등을 현명하게 판단하여 성과적인 경협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남북경협을 위한 또 하나의 수레바퀴는 제도적 정비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난 9월 27∼30일 사이에 진행된 남북 제3차 장관급회담에서 경제협력문제를 협의하고 실천할 기구를 만들기로 합의하여 많은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장관급회담 직전 열렸던 경협실무단 접촉에서 투자보장, 이중과세방지 등에 대해 합의 전 단계까지 의견을 좁힌 데 이어 이번 회담에서 분쟁해결절차, 청산결재 등에 대해서도 조속히 합의키로 해 남북간 경제협력을 위한 제도적 인프라가 구축되어 나가고 있다. 이는 상호간 인간적인 신뢰와 내용적인 준비가 되어 있더라도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업추진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경협실천기구는 민간기업들의 대북 진출을 활성화하고 지원하기 위해 대북 투자를 위한 북측의 공식창구를 마련해야 한다. 지금까지 남한기업들은 마땅한 채널이 없어 불필요한 비용이 과다하게 지출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으며 투자실패도 적지 않았다.

북한은 이제 중국의 각 성장, 시장들처럼 투자유치를 위한 세일즈에 나서겠다는 사고를 가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경협실천기구 안에 상설 창구를 만들고 이를 통해 법률적 문제뿐만 아니라 경협과정에서 제기되는 여러 문제를 체계적,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내야 한다.

내년이면 경의선이 개통되고 본격적인 동북아중심시대, 한반도시대의 서막을 열게 될 것이다. 이의 성과적 발전을 위해 남과 북은 자주 만나 신뢰를 쌓고 합리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낼 것을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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