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등록 정보기술(IT)업체들이 인수합병(M&A)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미 M&A 재료가 노출된 IT업체들이 최근 코스닥시장 장기침체로 인한 주가하락과 높은 인수가격이 걸림돌로 작용하며 매각대상자 물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쌍용정보통신·한글과컴퓨터 등 M&A가 기정사실화된 IT업체들이 아직까지 매각에 대한 뾰족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또 주성엔지니어링은 지난달 과도한 매수청구대금으로 아펙스 합병을 무산시키기도 했다.
쌍용정보통신은 최대주주인 쌍용양회가 보호예수기간이 끝나는 오는 14일 이후 대량의 지분매각을 계획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매각대상자를 찾지 못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증권가에선 쌍용양회가 쌍용정보통신 매각에 관해 철저하게 비밀로 부치고 있어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매수가격에 대한 문제가 매각대상자 물색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쌍용양회가 제시하는 쌍용정보통신의 주당 매각가격은 20만원선이지만 현재 가격은 8만원선으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경영 프리미엄을 인정하더라도 지나치게 매각가격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쌍용양회 기획팀 안상일 차장은 『쌍용정보통신 매각은 구조조정 프로그램 일정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연내 매각이 가능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증권가는 상당히 엇갈린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굿모닝증권 조영훈 연구원은 『쌍용그룹의 쌍용정보통신 매각은 기정사실이지만 주당 매매가격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며 『해외업체 2, 3곳이 매각대상자로 강력하게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들 업체와 매매가격을 포함한 구체적인 협상이 진행된 흔적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글과컴퓨터는 최대주주인 메디슨이 매각을 추진중에 있지만 매각대상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메디슨이 지난 6월 한글과컴퓨터 매각을 기정사실화한 후 SK텔레콤·LG텔레콤 등 대형 IT업체와 다음커뮤니케이션 등이 인수에 관심을 보였지만 인수부담이 크고 시너지효과가 적다는 이유로 최근 협상을 포기했다.
메디슨측은 『현재 비IT 대기업 3개 업체와 매각협상을 벌이고 있다』며 『연내에 반드시 한글과컴퓨터를 매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증권가에는 한글과컴퓨터 매각에 관한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메디슨이 보유하고 있는 한글과컴퓨터의 지분 20%(952만주)를 현 주가로 계산할 경우 인수대금은 900억원대에 이르며 경영권에 대한 프리미엄을 요구할 경우 매각가격은 더 높아져 비용부담이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시 관계자는 『닷컴주에 대한 메리트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글과컴퓨터의 메디슨 지분을 인수할 대상자가 나타날지 의문』이라며 『비IT업체가 인수한다고 하더라도 시너지효과가 나타날지 미지수』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코스닥시장의 침체로 인한 주가하락도 IT업체의 M&A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지난달 주가하락으로 대거 매수청구권이 행사되면서 아펙스 합병을 포기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이 지난 8월 아펙스의 흡수합병 발표 당시 아펙스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51%의 지분을 150억원을 들여 사들일 계획이었지만 지난달 주가하락으로 3000억원 가량의 매수청구권이 행사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합병을 포기했다.
한글과컴퓨터도 오는 19일 주총을 열고 하늘사랑을 흡수합병할 예정이지만 주주들이 매수청구권을 대거 행사할 경우 계획이 무산될 수 있다. 매수청구가격이 주당 1만3110원인 데 반해 2일 현재 종가가 9650원으로 4000원 가량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 등 주가가 불안한 횡보를 보이고 있어 대량의 매수청구권이 행사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굿모닝증권 김동준 연구원은 『주가는 기업의 미래가치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최근 코스닥시장의 주가하락은 IT업체에 대한 M&A 매력도를 떨어뜨렸다』며 『코스닥시장의 회복만이 IT업체의 M&A 활성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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