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 법제 정비 발등의 불]4회-조세·물류·유통

전자상거래(EC)를 독려하는 정부정책기조가 「당근과 채찍」으로 구분한다면 세제혜택은 더할 나위 없이 당근이다. EC는 속성상 거래투명성을 담보로 하고 있는 만큼 세원확보가 절실한 정부로서도 적극 고려할 수 있는 대안이다. 하지만 최근 산업자원부와 재정경제부가 밝힌 조세특례제한법 개정방향은 「속 빈 강정」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세제지원대상이 EC가 아닌 「EC환경구축」에 제한됐기 때문이다.

EC의 근간을 이루는 유통·물류환경은 소관부처나 산업별로 제각각 관리됨으로써 가장 기본적인 정보환경구축조차 막막한 실정이다.

상품코드표준화 등 EC의 전제조건이 마련되지 않은데다 공동 물류체계구축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조세특례제한법=지난 8월 산자부가 발표한 세제지원방안은 △전자상거래 투자세액감면 △기술·인력개발에 대한 세제지원확대 △소득세감면 등이 주요 골자. 현재 재경부는 이같은 계획을 수용키로 하고 조세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작업을 진행중이다. 재경부 EC관련 정책협의 담당인 기술정보과 관계자는 『지난 8월 발표한 세제지원방안에 대해서는 법령 개정작업을 거쳐 곧바로 실시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번 세제혜택방안은 정작 EC에 대한 아무런 조치가 없다며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 유니코스넷 전우소 이사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EC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실제 전자상거래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따라야 한다』며 『EC가 탈루소득을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만큼 오프라인 기업들과의 법인세 차등감면을 통해 한시적이라도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기업들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정보화 투자분에 대한 세제혜택범위도 보다 넓힐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경련 B2B특별위원회 한상섭 위원은 『투자유인책이 효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e마켓플레이스 등에 대한 신규투자외에 기투자분이나 유지보수비용도 세제감면대상에 포함시키고 세액공제율을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EC조세제도와 관련해서는 업계의 이같은 요구가 쉽게 법제화되기 힘들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어려운 점은 EC를 통한 구매·판매물량에 대해 정확한 파악이 기술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경원대 손진화 교수는 『EC조세지원은 법적 근거를 마련하더라도 모든 거래상품에 대한 추적이 힘들다는 점에서 시행이 어렵다』며 『미국의 경우 일부 주에서 거래규모에 따라 판매자가 원천징수하는 방식으로 세율차등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조세제도는 오프라인 거래와의 역차별, 국제무역기구(WTO)로부터 불공정개입 등의 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섣부른 정책판단보다 우선돼야 할 점은 선진국과의 협의채널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류·유통=현재 정부가 「공동물류(제3자물류) 및 물류기반확충」을 EC물류 육성책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관련법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상품종류와 업태, 산업별로 소관부처가 따로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농축산물의 경우 농업농촌기본법, 수산물은 수산물포장 및 용기에 관한 규칙, 항만물류는 항만법, 시설관련 규정은 공업배치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통관은 관세법, 국내 물류의 경우 화물유통촉진법 등으로 제각각 나뉘어 있는 식이다. 산자부·건교부·해양부·관세청·농림부 등 관련부처가 찢어져 있는 상황에서 부처간 협의가 부재한 것은 물론이다. 이로 인해 예상되는 가장 큰 문제점은 EC공동물류 기반조성의 전제조건인 정보표준화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건교부 물류시설과 관계자는 『공동물류는 기업간 정보공유가 전제돼야 하지만 기본적인 포장용기·팔레트에서 품목별 공통물류코드에 이르기까지 표준화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와 함께 화주보호장치 등 제도적 측면의 보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미 화물유통촉진법상에 물류기반확충을 주요 과제로 내세우고 있지만 공동물류가 정착되고 있지 못한 점도 이 때문이다. 지금은 동일 업종내에서도 품목별·사업자별로 다른 물류코드와 용기, 팔레트 등을 제각각 사용중인 실정이다.

유통 분야에서도 이같은 사정은 마찬가지. 현재로선 의약품만이 국제표준바코드(EAN)를 쓰도록 개정약사법 시행규칙내에 의무화하고 있을 뿐 생활잡화류외에는 표준코드채택률이 극히 저조한 실정이다. 유통정보센터 김유석 팀장은 『표준 유통바코드는 판매시점정보관리(POS)뿐만 아니라 전자카탈로그 등 차세대 EC환경 구축을 위해서도 필수적으로 보급돼야 하는 인프라』라며 『정부 차원에서 통일된 규격을 제도적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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