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새롭게 다가오고 있다. 화려했던 2세대 이동통신시대를 접고 3세대(IMT2000)를 화두로 끌어안은 한국의 통신업계에 중국이 다시금 「앨도라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 신식산업부(정보산업부)와 통신업계가 한국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 이동통신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면서 국내 통신업계의 기대치가 더욱 상승하는 추세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중국 통신시장에 대한 기대는 이미 해묵은 것으로 너무 달아오르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조심스런 예측이 불거져 나온다. 또 중국 2세대 이동전화단말기 시장의 84%를 노키아, 모토로라, 에릭슨 등 이른바 비동기식 이동통신인 유럽형 이동전화(GSM)업계 3강이 과점하고 있는 데다 중국정부가 내심 자국의 독자기술인 시분할동기방식(TD-SCDMA)의 강화를 바라는 등 아직 동기식 CDMA시장의 성장이 낙관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중국이 국내 통신산업 도약의 밑거름이 될 것인지는 더 지켜볼 일』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긍정적 시각 :문턱이 낮아졌다 =중국의 CDMA 도입여부와 관련해 국내 통신산업계가 기대치를 한껏 끌어올리게 하는 현상이다.
지난해 6월 우지촨 신식산업부 장관이 한국 통신업계 방문의 물꼬를 튼 이래로 지난달 17일 중국의 대표적인 이동통신사업자인 차이나유니컴의 양시엔주 회장과 대형 통신장비업체인 중흥통신의 후웨이꾸이 총재가 방한, 중국이 한국을 2세대 또는 2.5, 3세대 이동통신사업 파트너로 채택할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시사했다.
특히 차이나유니컴은 연내 CDMA를 도입하고 향후 4년간 7500만회선의 이동통신망을 구축하기 위해 곧 시스템 공급업자를 선정하기 위한 입찰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고, 중흥통신도 LG전자와의 이동통신시스템 합작사업을 본격화하고 한국에 CDMA연구법인인 ZTE퓨처텔을 설립하는 등 구체적인 움직임까지 내보이고 있다.
이같은 한중간 통신산업 교류의 조짐들은 이달 17일 우리나라를 공식 방문할 주룽지 중국 국무원 총리의 입을 통해 큰 획을 긋게 될 것으로 보인다. 주 총리는 최근 중국의 CDMA 채택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국내 통신산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이후 차이나유니컴 경영진이 방한해 이동전화사업자와 삼성전자, LG전자 등을 방문하는 등 일련의 움직임에 비춰 주 총리의 한국 나들이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는 양상이다.
◇부정적 시각 :중국은 럭비공=그동안 중국 정부와 통신업계가 보여온 속칭 「만만디」를 우려하는 목소리다.
올들어 중견 이동전화단말기 제조업계는 중국행을 서둘렀다. 포화상태에 이른 내수시장만으로는 안정적인 성장을 기약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의 높은 무역장벽과 양해각서(MOU)를 휴지조각처럼 인식하는 중국 통신업계의 들쭉날쭉한 계약방식에 혹독한 수업을 치르고 있는 실정이다. 『물건(이동전화시스템 및 단말기)이 건너가기 전에는 믿기 어려운 게 중국과의 교역』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또 중국 정부가 이동통신산업에 대해 가진 복안도 국내 통신업체들의 의지와는 동떨어져 있다는 조짐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지난 5월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IMT2000 추가 주파수 할당회의에서 중국은 뜻밖에도 국제통신연합(ITU)이 정하지도 않은 2.3∼2.4㎓ 대역을 자국의 IMT2000 주파수로 사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와 맞물려 중국은 지멘스와 공동으로 TD-SCDMA(Time Division-Synchronous CDMA)를 IMT2000 기술표준으로 제안하고 이를 통해 자국 통신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를 내보여왔다.
따라서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중국 정부가 한국의 동기식 CDMA에 대해 우호적인 손짓을 보내는 것도 전략적인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라며 『퀄컴이나 에릭슨 등 동기, 비동기를 포괄하는 세계 통신업체들과의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고 지적한다.
◇전망 =중국의 이동전화 가입자 수는 약 6000만명에 이른다. 이미 미국에 이어 일본과 어깨를 견줄 정도다. 하지만 인구대비 보급률은 4.8%에 불과하다.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것이다.
중국 정부로서는 노키아, 모토로라, 에릭슨 등 비동기 3대 업체의 과점현상도 부담스럽다. 자국 통신산업의 부흥을 위해서는 비동기가 아닌 대안이 필요한 셈이다. 중국에서 두 손가락 안에 꼽히는 이동전화사업자인 차이나유니컴의 행보도 CDMA에 가깝게 다가서고 있다.
물론 그 대안의 가장 좋은 파트너는 한국이다. 실제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전자 등은 중국 통신업체들과 제휴 및 현지 합작법인 설립과 같은 구체적인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 중국내 비동기 이동통신 3강의 아성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를 생각할 때』라며 『한중간 정보통신 교역의 미래는 밝다』고 말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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