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지역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 말레이시아·태국·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의 생산력과 시장성을 기반으로 전자산업의 세계 최대 요충지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때문에 이 곳에서 열리는 전자산업 전시회는 이 분야의 기술 및 제품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로 중요시되고 있다. 아시아 지역의 주요 전시회를 나라별로 나눠 살펴본다. 편집자
◇일본
제조 분야에서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은 지난해 마지막 행사를 치른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전인 「일본전자전(JES)」을 비롯해 국제 규모의 다양한 전시회를 통해 가정용 전자기기(가전)에서 전자부품에 이르기까지 전자산업 모든 분야에 걸쳐 최첨단 기술 및 제품을 소개하며 세계 산업을 이끌고 있다.
JES의 중단으로 일본에서는 이제 세계의 이목을 끌만한 국제적인 종합전자전을 찾아볼 수 없게 됐지만 각 전문 분야별로는 여전히 전자산업 전시회가 주요 행사로 자리잡고 있다. 그 중에서도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전자부품 및 디바이스 관련 전시회는 세계 최강 업체들의 기술 경연장으로 세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행사의 하나는 「도쿄 국제액정표시장치(LCD)전시회」. 일본경제신문 계열 출판사인 닛케이BP가 94년부터 주최해 열리는 이 행사는 국제 규모의 LCD 전문 전시회로 대략 150개 이상의 업체가 참가해 매년 신기술·신제품 경쟁을 벌인다. 샤프나 후지쯔 등 일본 업체를 비롯 우리나라와 대만의 주요 업체들도 참가해 LCD는 물론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등 박형 디스플레이 관련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을 출품, 디스플레이의 미래상을 제시해 업계 관계자들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 전시회이면서도 3일 정도의 짧은 행사 기간 동안 보통 3만명에 가까운 관람객을 끌어 모아 대중적 인기도 높다. 올해는 10월 25일부터 3일간 열릴 예정이다.
반도체 관련으로 지바의 「지바반도체전시회」도 주목되는 행사다. 매년 12월 도쿄 근교 지바의 마쿠하리 국제전시장에서 열리는 이 전시회는 세계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일본 지부가 주최하는 행사로 미국과 함께 세계 반도체 제조장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 업체들의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을 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행사에는 반도체 재료 업체를 포함해 매년 1500개사 이상이 참가하는데, 지금까지는 일본 업체들만이 출품해 집안 잔치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이 행사 역시 10만명 이상의 관람객을 모아 전문 전시회치고는 인기가 높다. 올해도 12월에 지바의 마쿠하리 전시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또 하나 일본의 전자관련 전시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전자제품의 핵심인 인쇄회로기판(PCB) 관련 행사로 매년 6월 도쿄 니혼바시의 빅사이트 전시장에서 열리는 「도쿄 인쇄회로 전시회(JPCA)」. 이 행사는 사실 참가 업체들의 수주상담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고의 PCB 기술을 접할 수 있어 세계 전자업체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450개사 정도가 참여하는데 일본 업체뿐 아니라 우리나라와 대만의 업체들도 참가해 수주활동을 전개하며 관람객도 10만명에 육박한다. 올해는 6월 13일부터 10일간 빅사이트에서 열렸다.
◇중국
중국에서는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전자전이 대거 열리고 있으나 세계 최대 TV 생산국임을 반영하듯 가전 관련 전시가 두드러진다. 특히 이들 전시회에는 현지 업체들뿐 아니라 거대 시장 공략을 겨냥한 외국 업체들의 참여도 활발하다.
베이징 행사 중에서는 「중국국제가전전시회(HEA차이나)」가 우선 주목된다. 매년 4월 중국국제무역센터에서 열리는 이 전시회는 종합전자전을 표방하고는 있지만 새로운 가전 제품 소개가 주류를 이룬다. 외국 업체 약 40개사를 포함 합계 130개사 정도가 참가해 기량을 겨루는데 일반적으로 4일 정도의 행사 기간 중 2만명 이상이 참관한다. 지난 4월 12일부터 4일간 열렸다.
격년으로 9월 베이징농업전시관에서 열리는 「베이징전자전(Electrical Drive)」과 역시 격년으로 7월 중국국제전시관에서 개최되는 「베이징가전전시회(HEAB)」도 중국의 가전시장 동향을 읽을 수 있는 경연장으로 관심을 끈다. 두 전시회 모두 40개사 정도의 외국 업체가 참가해 현지 시장 공략에 앞선 자사 제품을 평가하는 시험무대로 활용하고 있다. 올해 모두 처음 열렸다.
상하이 전시회에서는 「상하이전자부품전시회(China Electronics Trade Expo)」가 주목된다. 매년 10월 상하이전시센터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부품 전문 전시회로 현지에 진출해 있는 세트(완제품) 업체와의 수주상담 위주로 이뤄지는데, 특히 「중국국제전자생산설비전시회」가 동시에 열려 생산장비나 설비도 함께 보여준다. 올해는 10월 9일부터 4일간 열릴 예정이다.
또 연례 행사로 9월에는 「상하이국제전자 및 전자공정 전시회(Elenex China)」가 열린다. 상하이국제전시센터에서 열리는 이 전시회는 외국 업체 50개사 정도를 포함해 약 450개사가 참가하는 대형 행사이면서 가전에서 부품까지 거의 모든 분야를 전시하는 종합전 성격을 띤다.
한편 홍콩에서도 다양한 전자전이 있으나 무엇보다도 주목을 끄는 것은 시기적으로 한국전자전 등과 연계해 매년 10월 열리는 종합전인 「홍콩전자전」이다. 홍콩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이 전시회는 외국 업체 위주로 치러지는 행사로 지난해의 경우 1400개사가 참가했고, 관람객수도 4만명에 육박했다. 특히 같은 기간, 같은 장소에서는 전자부품 전시회도 열린다. 이 전시회에는 지난해 400개사가 참가했고, 2만명 이상이 참관했다. 올해는 10월 11일부터 14일까지 열린다.
◇동남아시아 및 기타 국가
동남아시아는 일본 가전 업체 및 전자부품 업체 등의 생산 이전으로 세계적인 전자 생산기지로 부상하면서 전자전이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컴퓨터와 통신 등 정보통신 전시회에 비해선 수적으로 열세고 규모도 작은 편이다.
싱가포르에서는 격년으로 10월에 열리는 「싱가포르전자전시회(ENEX ASIA)」가 첫손가락에 꼽힌다. 바이어 상담 위주로 치러지는 싱가포르 유일의 종합 전자전으로 외국 업체를 중심으로 200개사 정도가 참여하며 참관객도 외국인(바이어)들이 중심으로 1만명 정도에 육박한다. 올해는 10월 6일부터 9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또 격년으로 9월 열리는 「싱가포르전자부품 전시회」도 유명하다. 전자부품전이라고 하지만 가전 분야를 포함해 거의 모든 전자제품이 전시돼 사실상의 종합전자전으로 알려져 있다. 이 행사 역시 외국 업체가 주도하며 지난해 500개사 이상이 참여했다. 올해는 지난 9월 12일부터 4일간 열렸다.
필리핀에는 「마닐라전자기술전시회(PHILTRONIC)」가 있다. 매년 10월 말 마닐라의 국제무역센터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올해로 7회째를 맞는데, 가전을 비롯해 전자부품 등 다양한 신제품을 소개한다. 같은 달 같은 장소에서는 「마닐라컴퓨터전시회」가 열리는데, 참관객이 5만명에 달하는 대형 행사다. 이밖에 음향 및 조명기기 전문 전시회가 매년 7월 있는데, 올해는 6일부터 8일까지 열렸다.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전시회는 외국 업체만 참가하는 것이 특징이다. 매년 4월 열리는 종합전자전 「수라바야전자전시회」는 50개사 정도가 참가하나 참관객은 25만명에 달해 대중의 인기가 높은 행사로 자리잡고 있다.
또 격년으로 10월 말에 열리는 「자카르타전기·전자전시회」도 외국 업체 600개사 정도가 참가하는 대형 행사로 유명하다. 이밖에 매년 3월에는 참관객이 27만명에 달하는 이 나라 최대 전자전 「자카르타전자전시회」가 열린다.
대만에서는 매년 3월 열리는 이 나라 최대 전자전인 「타이베이전기·전자전시회」가 우선 주목된다. 대만 국제무역센터에서 치러지는 이 행사에는 외국 업체 약 300개사를 포함해 700개사 정도가 참가하며 참관객이 매년 6만을 넘어선다. 이 전시회는 대만 현지 시장은 물론 중국을 비롯한 인접 시장을 겨냥한 신제품을 미리 선보이는 무대로 활용되고 있다.
또 10월에는 대만 정부가 전자부품 수출 확대를 목표로 정책적으로 개최하는 전문 전시회 「타이베이 전자제품 전시회」가 열린다. 98년까지 종합전자전 형태였으나 지난해부터 전자전과 부품전 등 2개 전시회로 나눠 열리고 있는데, 전자전에는 1000개사에 달하는 업체가 참가해 경연한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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