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벤처펀드 투자 부진, 업계 불만 고조

벤처캐피털이 여성벤처기업을 위한 전용펀드를 결성해놓고 실제로는 여성벤처기업에 투자를 거의 실시하지 않아 벤처업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선발 창투사인 무한기술투자(대표 이인규)가 정부와 금융기관, 벤처기업, 엔젤 등과 공동으로 결성한 벤처펀드 「무한첨단여성벤처투자조합」이 당초 취지와는 달리 여성 벤처에 대한 투자가 극도로 부진, 여성벤처업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무한기술투자는 지난 6월 유망 여성벤처기업 발굴 및 육성을 위해 중진공(30억원), 평화은행(15억원) 등과 공동으로 100억원 규모의 전문 펀드를 결성, 운영중이나 여성벤처에 투자한 것은 내추럴홀푸드(대표 김혜경) 단 한 곳(3억원)에 불과하다. 현재까지의 투자실적은 레이저테크, 아담스테크놀로지, 버티컬코리아, 씨투커뮤니케이션즈 등 5개 업체에 14억7500여만원.

여성벤처업계는 『당초 이 조합 설립의 명분이 그동안 여성벤처 인프라가 취약하고, 투자가들로부터 소외받는 여성벤처기업을 정책적으로 육성하자는 취지에서 결성돼 큰 기대를 걸었다』며 『그런데도 3개월이 다 되도록 투자가 1건에 불과, 이름만 여성벤처펀드』라고 항변하고 있다.

업계는 특히 『외부 전문기관에서의 기업가치 평가와 무한측의 평가가 너무 큰 차이가 나는 등 여성벤처기업에 대한 편견이 심해 투자유치 신청을 했다가 자존심만 상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조만간 한국여성벤처협회(KOVWA) 차원에서 여성벤처 투자 유도를 위해 정식으로 무한측에 항의할 계획』임을 내비쳤다.

무한기술투자측은 이에 대해 『펀드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고려하다보니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그런 오해를 받고 있지만 여성벤처업계의 현실을 감안, 조합 내규에 여성벤처 투자비율을 25%로 잡았다』며 『조합이 결성된 지 얼마 안되며 아직 재원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좀더 지켜봐달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벤처투자시장이 갈수록 위축돼 선발 벤처캐피털들이 신규 투자를 극도로 자제하고 있는데다 수익성만을 좇는 벤처펀드의 특성상 여성벤처 육성을 위한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의 소신과 정책적인 변화가 없이는 여성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기는 힘들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여성 벤처기업의 한 관계자는 『펀드 내규에 여성벤처 투자 비중을 25%로 잡은 것 자체만봐도 이 펀드는 여성벤처기업 육성보다 「여성」이란 이름을 이용한 홍보효과를 노린 경향이 짙다』면서 『벤처산업이 발달할수록 여성의 사회참여와 벤처창업이 크게 늘고 있으며 무한이 선발 창투사란 점에서 사회에 대한 기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중기청의 관계자는 『법적으로 정부자금을 이용한 펀드의 경우 제조업이나 업종에 대한 비중을 컨트롤할 수는 있어도 여성벤처 비중을 높이라고는 할 수 없다』며 『그러나 범정부적으로 여성벤처 육성이 이슈인 만큼 앞으로 여성벤처 투자 비중을 높일 수 있도록 권유할 용의는 있다』고 설명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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