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정통신 선불카드 문제많다

일부 별정통신업체들이 국제전화사업을 진행하면서 현금유동성 확보의 일환으로 도입해 활용하고 있는 선불카드가 최근 불법유령카드로 공공연히 유통되고 중간판매상의 수수료 과다착복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여론의 화살을 받고 있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선불카드는 기간통신사업자까지 포함해 10여 가지에 이른다. 이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별정통신사업자의 선불카드는 서비스제공 이전에 판매대금을 확보할 수 있어 별정통신업체의 국제전화사업 주력부문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이용자 측면서도 일일이 사업자별 접속번호를 외울 필요없이 가정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고 일반 국제전화보다 훨씬 저렴한 요금이 적용돼 외국인 근로자나 일반 가정으로 꾸준히 이용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실태=최근 서울, 수도권지역 지하철에는 중국에 1만원으로 50분을 통화할 수 있다는 선불카드광고가 나붙고 상당수가 팔려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카드는 제조회사 이름조차 명기돼 있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실제 이용땐 부당한 과금체계가 적용돼 말썽을 빚고 있다. 카드액면가로 따졌을 땐 분당 200원이 과금돼야 하지만 실재 분당 220원이 깎여나가고 30초 미만 사용때는 90초 요금이, 31초만 사용해도 6분 요금인 1320원이 삭감된다.

또 다른 한 카드는 역시 중국으로 1만원에 36분을 통화할 수 있다고 광고하고 있지만 1분 1초만 통화해도 3분 사용요금이 빠져나가는 부당한 과금이 이뤄지고 있다.

이와 함께 카드 중간판매상의 수수료 착복도 결국 이용자에게 돌아갈 할인요금을 갈취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현재 보편적으로 별정통신사업자가 1차 판매상에게 지불하는 판매수수료는 카드 액면가의 30% 정도에 이르고 있다. 일부 40%에 달하는 경우가 있어 원가구조를 따져볼 때 카드이용자에게 불법과금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최초 원인이 여기서 발생하는 것이다.

가령 1만원짜리 카드가 중개상을 두세번 거치는 과정에서 할인요금은 다 떨어져나가고 마지막 이용자는 액면가 그대로 구매해야 하는 것이다. 별정통신사업자가 나서서 유통단계를 줄이고 최종소비자와 가까워진다면 이용자는 선불카드를 20∼30% 가량 할인된 가격으로 사서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책=우선은 부당한 과금으로 문제되고 있는 불법카드에 대한 당국의 단속이 강화되어야 한다. 인가를 받은 기간통신, 별정통신사업자 이외의 유령업체의 국제전화카드가 지금처럼 대량 유통된다면 사용자들의 피해발생이 불가피하다.

이와 함께 이들 불법·불량카드회사의 국제전화는 어차피 국내 기간통신이나 별정통신사업자들의 국제회선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기간·별정사업자의 노력 여하에 따라 접속금지 등 자체정화가 이뤄질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중간판매상 문제 해결의 열쇠는 일단 사업자들이 쥐고 있다. 매출증대를 위해서, 현금확보를 위해서 당장은 중간판매상을 활용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높은 수수료에 따른 원가부담과 출혈경쟁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사업자들이 이용자에게 수수료를 돌려준다는 인식하에 유통단계를 적극적으로 줄이고 음성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프리랜서(1차 판매상들로부터 단계적으로 수수료를 받고 카드를 판매하는 사람들)를 양성화해 유통단계의 가지치기를 단행하는 것이 시급하다.

아울러 일반이용자들도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국제전화 선불카드 구입때 허가된 사업자의 것인지 반드시 확인하고 사후연락처를 명기해놓은 것을 구매해야 한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