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1-대통합시대>기업통합-M&A로 경쟁력 높여라

인수합병(M&A)이 하반기 정보기술(IT) 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자금이 넉넉한 기업은 새로운 사업의 기회로 M&A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고 소규모 벤처기업이나 수익모델 부재로 고민하는 닷컴기업들은 생존의 기회로 M&A를 받아들이고 있다. 정부도 벤처기업 살리기 일환으로 M&A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발표하고 나섰다.

M&A에 대한 적대적인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정부의 주도보다는 시장 논리에 의한 M&A가 활성화되면서 부정적인 인식은 줄어들고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로 완전히 바뀌어 가고 있다. 피인수업체들은 탄탄한 업체로의 인수가 마케팅이나 사업확대의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M&A 열풍=인터넷업계를 중심으로 통신·소프트웨어·하드웨어 등 IT업계에 M&A 열풍이 불고 있다. 일부 닷컴기업들이 올들어 수익모델 창출에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고 오프라인기업들은 온라인 진출을 서두르면서 M&A가 급류를 타고 있다. 또 동종업종간 M&A도 기업 환경의 변화로 인한 경쟁력 확보차원에서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이처럼 M&A가 급류를 탈 수 있는 것은 인수나 합병을 위한 실질적인 비용이 크게 감소됐기 때문이다. 최근 코스닥시장이 장기간 조정을 받고 있지만 첨단 벤처기업들의 주가는 여전히 본질가치에 비해 몇십배나 높게 평가받고 있다. 벤처기업은 이처럼 높은 주가를 이용해 피합병기업에 일정 지분을 내주고 제1대 주주나 경영권을 확보하는 주식교환 방식(stock swapping)으로 M&A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M&A는 시장점유율 확대에도 효과적이라는 분위기다. 하반기들어 M&A가 급류를 타고 있는 인터넷 분야의 경우 가입자나 일평균 페이지뷰가 절대적인 수익창출원인 인터넷광고의 단가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자리매김하면서 M&A를 통한 몸집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통신서비스사업자들도 최근 IMT2000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시장점유율 확대를 통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대형 M&A를 단행하거나 모색중이다.

또한 기술이 생존을 좌우하는 IT 벤처업종의 특성상 기술 획득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한 M&A가 가속되고 있다.

◇상생의 카드=벤처업계 전반에 금융시장 불안으로 자금난이 경색되고 일부 닷컴기업들은 수익모델을 찾지 못해 퇴출위기까지 몰리는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M&A가 벤처업계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인수기업은 M&A로 피인수기업의 기술력과 인력을 확보하고 피인수기업은 인수기업의 안정적인 자금지원을 통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현 벤처조정 극복의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코스닥등록기업들이 M&A에 적극적이다. 증시를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유망한 벤처기업을 인수, 기술확보는 물론 외형을 키우고 내실도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에 새롬기술·다음커뮤니케이션·로커스·한글과컴퓨터 등 상당수 기업들이 M&A로 신규사업 진출이나 시장지배력을 확대하는 효과를 봤다.

피인수업체도 경영난 타개나 영업력 확대에 효과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달 리타워테크놀러지스에 인수된 기업간(B2B) 전자상거래 검색엔진 업체인 비즈투비즈 전근열 사장은 『인수된 후 리타워테크놀러지스의 아시아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통해 중국 등 해외시장에 손쉽게 진출했다』며 『시장진입장벽이 높은 기업공개(IPO)보다는 M&A를 선택한 것이 결과적으로 큰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정부지원=벤처업계는 위기론이 높아지자 벤처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M&A를 촉진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정부는 지난 1일 이를 받아들여 벤처기업간 M&A시 세금을 대폭 감면해주고 벤처기업 개인 주주가 다른 벤처기업에 소유주식을 현물 출자할 경우 양도소득세를 50% 감면해주는 대책을 마련했다.

또 정부는 M&A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연말까지 250억원을 5∼10개 조합에 출자해 전체 1000억원 규모의 중소·벤처기업 M&A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 펀드는 사업전환을 모색중이거나 영업이익이 적자인 중소·벤처기업의 M&A 자금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M&A 시장조성 및 관계기관간 종합적인 네트워크도 구축된다. 상설 및 주기적인 M&A 중개시장을 개설해 투자가, 금융기관, 벤처기업 등의 참여를 유도하고 벤처기업간 M&A 관련 정보제공 및 컨설팅 지원을 위한 기관을 설치, 운영할 계획이다.

◇IPO 지름길=그동안 IPO를 지상목표로 삼아 온 국내 벤처기업에 M&A는 최후의 선택이자 방편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M&A는 활용하기에 따라 IPO의 지름길이기도 하다. 이미 상장된 기업에 인수됨에 따라 간접적으로 IPO 효과를 볼 수도 있고 인수기업이 자금지원 등의 방법으로 직접 피인수기업을 상장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상당수 미국의 벤처기업들은 M&A를 목적으로 설립되고 있다. IT 트렌드를 잘 살핀 후 향후 2∼3년 후에 유용하게 쓰일 기술을 개발, 특정 벤처기업이나 대기업에 개발기술과 회사를 넘기는 것이다. 벤처투자자들도 IPO보다 M&A가 자금회수 기간이 빠르다는 점에서 이 방법을 선호하고 있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최근 인수개발(A&D) 업체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리타워테크놀러지스와 바른손이 벤처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하고 국내외 직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피인수기업은 계획보다 이른 시간에 IPO되는 효과를 누리게 됐다.

◇부작용 차단해야=하지만 M&A 시장의 급성장으로 인한 적지 않은 부작용도 우려된다. 벌써부터 주가를 올릴 목적으로 무작정 인수합병을 선언하거나 관련 설을 흘리는가하면 증여세 포탈 등 불법적인 방법도 없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신주발행주식으로 신주발행대금을 납부할 경우 적정한 가치 평가 기준이 없다는 점도 M&A를 악용할 소지가 있다. 벤처기업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M&A를 지원하는 중재기관 설립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벤처법률지원센터 배재광 소장은 『미국 벤처투자자들은 투자자금을 환수하는 방법으로 IPO보다 M&A를 선호하고 있으며 시장도 개방적』이라며 『국내도 관련 제도를 정비해 벤처기업 M&A 시장이 투명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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