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별e마켓플레이스 통합논란

「업종별 CALS의 전철을 밟는가.」

정부가 추진중인 업종별 e마켓플레이스 육성책이 또 다시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디지털산업 기반조성이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업종별로 하드웨어(HW)·소프트웨어(SW) 등 기반시스템과 각종 표준개발작업이 제각각 진행됨으로써 여러가지 문제점이 불거질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국방대학원 김철환 교수는 『업종간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기반시스템은 공동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면서 『지금처럼 개별 추진하기보다는 공유가능한 측면을 찾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예상되는 문제점 = e마켓플레이스를 기반시스템과 비즈니스영역으로 구분하자면 정부의 업종별 지원책은 기반시스템, 그 중에서도 각종 표준화 개발에 집중된다. 하지만 기업간(B2B)거래의 각종 업무절차와 전자문서(EDI)·전자카탈로그·데이터베이스(DB) 등 표준화 영역조차도 업종을 초월한 공유가 가능해 지금처럼 따로 구축해서는 안된다는 설명이다. 가장 우려스런 대목은 투자예산의 낭비다. SAP코리아 김은 이사는 『지난 수년간 업종별로 시스템 도입·구축만 하다 성과없이 끝나버린 업종별 CALS가 단적인 사례』라면서 『결국 업종별 협회나 단체, 솔루션 공급업체 등 이해당사자들의 배만 불려주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는 올해부터 2002년까지 정부자금만 400억원 이상, 민간 공동참여분을 합하면 이보다 두세배의 예산을 투입키로 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향후 e마켓플레이스의 발전추세인 수평적 연계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B2B EC의 원조격 전문업체인 일렉트로피아 관계자는 『지금처럼 업종별로 따로 표준화작업이 진행될 경우 기술적으로 볼때 마켓플레이스간 통합이 어렵다』면서 『때문에 최근 정보전략계획을 수립한 조선·철강·중공업·철도차량 e마켓플레이스의 경우 총 7개 분야에 걸쳐 공동 표준화작업을 벌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산자부 전자상거래과 정재훈 과장은 『전자·자동차·중공업 등 표준기반 공유가 용이한 업종에 대해서는 공동 활용방안을 최대한 모색중』이라며 『그러나 애초부터 업종간 기반시스템 통합구축방안은 추진 자체가 쉽지 않은 만큼 현실적인 접근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경 = 애당초 정부의 e마켓플레이스 구축·활성화 방안이 업종별로 추진된 데는 기술적 문제보다는 현실적(?)인 이유에서 비롯됐다. 업종마다 주관단체나 협회가 있는데다 관련 기업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문제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산자부 이재훈 국장은 『이론적으로는 공동 기반인프라 구축과 활용에 동의하지만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는 디지털경제 환경에서는 오히려 진척이 더뎌질 수 있다』고 토로했다. 업계 한 관계자도 『일렉트로피아 역시 원래는 초업종단위의 B2B시스템 지원업체로 출발한 것으로 안다』면서 『초기 전자분야에 발을 담그면서 타 업종 유관단체 및 이해당사자들의 반대에 밀려 사업영역이 전자업종에 제한됐다』고 설명했다.

◇쟁점 = 업종별 e마켓플레이스 육성책은 조만간 전문가들은 물론 산자부 등 정책당국과 각종 협회·단체·기업들 사이에서 뜨거운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전자거래(CASL/EC)학회 김규수 회장은 『초업종단위에서 기반시스템 설계 및 구축을 공유하자는 것은 취지는 좋지만 실현가능성이 적다』면서 『조기에 CALS도입을 추진한 일본의 사례를 보더라도 현실적인 이해관계 조정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기업용애플리케이션통합(EAI)솔루션 전문업체인 인텔리전스웨어 박남규 사장은 『업종간 특성이나 차별화된 요소가 심한데다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공동 마켓플레이스의 경우 비즈니스영역과 시스템영역을 구분하기도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향후 확산·추진될 업종별 e마켓플레이스의 표준인프라를 공동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과 범위를 놓고 정부·민·관의 폭넓은 의견교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또 광범위한 공론화과정을 통해 추진주체간 역할구분 및 이해당사자간의 효율적인 조정방안을 도출, 막 시작단계에 있는 국내 EC산업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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