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표준과학연구원 검교정센터 안종찬 실장
지난 80년대말부터 시작된 동서 냉전체제의 붕괴는 자국경제우선주의라는 국가간 무한경쟁체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세계경제는 WTO체제로 대표되는 무역자유화를 축으로 유럽연합(EU),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등으로 블록화하고 있다.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주변의 여러 국가들이 연합, 거대한 경제권을 형성함으로써 규모의 경제성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역외 국가들에 대한 배타적 경제 우월성과 집단적 안전보장을 실현하려는 것이 경제블록화의 목적이다. 이미 EU는 경제적 통합을 완성했으며 한걸음 더 나아가 유럽 합중국을 목표로 정치적·군사적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아태지역에서는 유럽연합보다 30여년이나 늦은 지난 89년 역내 국가간 경제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로 APEC을 공식적인 정부간 협력기구로 설립해 대응하고 있다.
APEC은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일본·호주·중국 등 아태지역 21개 회원국으로 구성돼 있다. 활동의 초점은 회원국의 지속적인 성장과 개발을 위해 역내 국가간 무역과 투자에 장애가 되는 요인을 제거하는 데 모아져 있다.
상품·인력·서비스 및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방해하는 장벽은 국경이라는 물리적 장벽과 국가별로 상이한 적합성평가제도에 따른 기술장벽 및 관세장벽 등 3가지를 들 수 있다. 이 가운데 현재 APEC에서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은 각국별로 상이한 적합성평가제도에 따른 기술장벽이다. 이는 기술장벽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적합성평가(conformity assessment)란 제품 또는 서비스가 미리 정해진 표준이나 기술규정상의 요건을 충족시키는지의 여부를 평가하는 것으로 구체적으로는 시험(testing), 검사(inspection), 교정(cali-bration), 인증(certification) 및 인정(accreditation) 등 다양한 평가항목을 갖고 있다.
이러한 적합성평가가 무역상 기술장벽으로 운용될 수 있는 것은 통일된 기준이 없이 각 국가별로 상이한 형태로 적합성평가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마음먹기에 따라 까다로운 적합성평가기준을 적용해 상품의 수입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국내 모업체에서 자체개발한 휴대폰 차단기가 프랑스 현지 인증기관의 부적격판정 때문에 수출이 좌절된 적이 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인증절차없이 수출할 수 있었던 이 제품이 프랑스에 수출되지 못한 것은 프랑스가 적합성평가를 기술장벽으로 이용한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지난 94년 체결된 WTO의 무역상 기술장벽에 관한 협정(TBT)은 적합성평가제도에 관한 절차요건이 국제무역에 불필요한 장벽을 설정할 목적이나 효과를 갖도록 준비, 채택 또는 적용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평가에 대한 적절성 여부는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APEC에서는 이같은 적합성평가가 역내무역의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을 크게 인식, 지난 95년 △APEC회원국의 표준 및 적합성평가의 투명성 보장 △강제 및 자율규격을 국제규격과 통일 △적합성평가에 대한 상호인정 추진 △강제 및 자율분야의 상호인정협정에 대한 폭넓은 참여유도 등을 골자로 한 오사카 행동지침을 채택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APEC회원국간 무역활성화를 위해 97년 5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APEC무역장관회의에서 「APEC 적합성평가 데이터베이스 구축사업」을 추진할 것을 제안했으며 지난해 2월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개최된 APEC 표준 및 적합성 소위원회에서 이 사업을 우리나라가 주도해 2000년부터 3년 동안 추진하는 것이 확정됐다.
따라서 우리나라 기업들은 앞으로 미국·일본·중국 등 아태지역국가의 인증이나 시험 등 적합성평가 관련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된다. 관심을 갖고 얻어지는 정보를 활용한다면 개별기업은 물론 우리나라 무역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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