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등록<8>
『국제화 시대를 맞이해서 우리 제품이 외국에 나가고 있는 실정이고 외국 여러 곳에 지사가 있으니 사보는 영문으로도 만들어서 외국으로 보냅시다. 일단 영문으로 하면 한글로 하는 것보다 구독률이 높을 것입니다.』
나의 말에 총무이사가 말했다.
『모두 좋기는 합니다만 제작비가 많이 듭니다. 그렇게 되면 매달 홍보비로 나가는 돈이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사보는 매달 내는 것으로 정례화되어 있지만 우리는 우선 계절별로 냅시다. 매달 내지 않고 계절별로 내면 그만큼 시사성이 떨어지지만 우리는 사내소식을 전하는 사보의 성격에서 좀 비껴 나간 대외 홍보용으로 제작하는 것인 만큼 별로 무리없을 것 같습니다. 계절별로 한번씩 회사홍보 카탈로그를 제작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간부들은 눈을 껌벅이면서 나를 쳐다볼 뿐 아무 말이 없었다. 나는 사장의 말에 무조건 따르면서 충성을 하는 임직원보다 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고 말한 일이 있었다. 그 말을 여러 번 했기 때문에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 임직원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그 말대로 따르는 사람은 없었다. 사장의 의견에 의혹이 있으면 이의를 달고 반대의견을 피력할 줄 몰라서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하게 사장에게 거슬리고 싶지 않은 보호본능 때문으로 보였다. 나는 오래 전에 빌 게이츠의 사업 성공기를 읽으면서 그가 직원들에게 자유토론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대단히 좋아했다. 그래서 나 역시 회사를 경영하면서 직원들에게 자유토론을 시켜 사장과 직원 간에 열띤 논쟁을 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건 미국이라는 곳과 한국이라는 나라의 전통적인 관습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한편 나는 빌 게이츠처럼 공부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빌 게이츠는 안건을 상정하기에 앞서 그에 대해 거의 전문가적인 공부를 하며 그것을 나름대로 분석, 문제를 제기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빌 게이츠의 문제제기에 휘말려들지 않을 수 없고 열띤 토론을 거치지 않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자기반성을 할 필요도 있다. 말은 다른 의견을 내라고 하지만 다른 의견을 내어 나를 반박하는 것을 은근히 싫어하는 눈치를 보였던 일은 없을까. 말은 그렇게 하지만 내 표정도 그 말처럼 따라준 것일까. 거기까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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