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2-디지털문화 대혁명>안방문화가 바뀐다

지난 7월 정부에서는 그동안 가능성으로만 제시돼 왔던 iPCTV(intelligent PC TV)라는 새로운 개념의 양방향 디지털 방송기술을 세계 처음으로 시연해 보였다.

이 기술은 지난 3년간 국책과제로 개발된 것으로 세계 3대 데이터방송규격을 만족시키는 고선명(HD)급 대화형 디지털방송을 통해 구현됐다.

이 시연회에서 가전 3사가 각각 개발한 iPCTV와 한국방송공사(KBS)가 제작한 축구·패션쇼·다큐멘터리·기상예보 등 고화질TV 프로그램을 이용한 대화형 디지털방송이 실시됐다.

이번에 선보인 iPCTV는 아직 시험단계로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많은 보완단계를 거쳐야 하지만 상징적 의미는 적지 않다.

또 이달 3일 방송의 날을 전후해 지상파 방송 3사가 일제히 디지털 시험방송에

들어감으로써 가정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시대의 서막이 열렸다.

디지털 홈의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TV의 대공세가 시작된 것이다.

그동안 가정에서는 PC를 통해 디지털 문화를 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PC는 사무용 기기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엔터테인먼트의 개념보다는 사무와 교육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졌다. 따라서 PC를 통한 디지털 문화는 게임과 인터넷 서핑 등에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최근 들어 인터넷 방송과 인터넷 영화 등이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지만 화면의 질이나 내용면에서 아직 TV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반면 TV는 출발점에서부터 오락과 흥미를 위주로 한 엔터테인먼트 성격을 강하게 갖고 있었기 때문에 디지털 방송으로 거듭나게 될 경우 PC를 제치고 디지털 홈을 주도하는 핵심 매체로 새롭게 부상할 전망이다.

디지털 홈은 각종 디지털 기기가 네트워크로 연결됨으로써 홈네트워킹이라는 전혀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하게 된다.

이 홈네트워킹의 세계에서 가정은 각종 생산활동의 변두리나 소비지가 아닌 생산의 중심과 창조, 유통, 확대재생산의 중심지로 탈바꿈한다.

완벽한 홈네트워킹이 이뤄질 경우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도 집에서 일할 수 있는

재택근무가 가능해지고 교육과 놀이, 사교모임 등도 가정에서 모두 이뤄질 수 있게 된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디지털 혁명이 주로 산업화에 치중해 왔다면 앞으로는 가정을 중심으로 확산돼 나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홈네트워킹은 일반가정의 디지털 TV, PC 및 주변기기, 정보기기, 디지털가전제품 등을 단일 프로토콜로 제어해 가정내 각종 디지털기기간에 정보전달과 정보공유를 자유롭게 한다는 개념이다.

초고속정보통신망이나 인터넷과 같은 광대역, 고속의 네트워크가 통신의 대동맥이라면 가정내 디지털기기를 컨트롤할 수 있는 홈네트워킹은 모세혈관에 비유될 수 있다.

고속인터넷과 디지털위성방송 등을 통한 광대역 접속서비스가 일반화됨에 따라 사용자들은 다양한 콘텐츠를 단 한대의 PC 또는 PC와 PC 사이에서 주고 받는 것에서 한단계 더 발전해 가정내의 다른 디지털기기와도 주고 받을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이에 따라 디지털 홈의 주도권을 놓고 PC와 TV가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다. TV는 PC의 기능을 추가하고 PC는 TV를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 PC와 TV의 경쟁은 어느 시점이 되면 서로를 구분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앞으로 PC가 됐든 TV가 됐든 어느 하나만으로도 훌륭한 홈네트워킹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홈네트워킹을 구성하는 데 몇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먼저 가정내 각종 디지털기기간에 공통으로 쓸 수 있는 표준규격이 마련돼야 하며 가정내 기존 배선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고 누구나 손쉽게 가전기기를 연결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사생활보호를 위한 보안기능 및 안정성이 확보돼야 한다.

현재 홈네트워킹 전송기술 방식은 전화선, 전력선 등 유선을 활용하는 방법과 무선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여러 단체가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 전화선을 이용한 전송기술로는 IBM, 3콤, 인텔, 투트시스템 등 11개사가 1998년에 결성한 홈PNA(Home Phoneline Networking Alliance)에서 고속홈네트워킹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 가장 저렴한 편이다.

전력선통신은 가정내 깔려 있는 전력선에 연결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배선이 필요없으며 원격검침과 계측응용에 이용해 온 기술이다.

무선 홈네트워킹 기술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인 단체로 홈RF워

킹그룹(Home Radio Frequency Working Group)이 있다.

이처럼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지만 머지않아 주거공간의 개념이었던 가정이 모든 디지털 문화의 중심지인 디지털 홈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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