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1-대통합시대>e마켓플레이스

인류 역사에 있어 서기 2000년은 B2B e마켓플레이스의 원년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마켓플레이스(marketplace)의 사전적 의미는 「장터」다. 따라서 e마켓플레이스는 「사이버시장」을 일컫는다. 이곳에서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시공을 초월해 언제 어느 때든 직간접 접촉을 통해 실거래를 일으킬 수 있다.

새천년 지구촌 기업들은 대기업과 중소업체, 온라인 IT기업이나 오프라인 굴뚝업체 등 규모와 업종에 관계없이 e마켓플레이스를 통한 e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해 지금 이 시간도 경쟁과 제휴를 거듭하고 있다.

◇e마켓플레이스의 기원=전문가마다 다소 이견은 있으나 90년대 중반 GE의 TMP시스템과 같은 미국내 대기업의 전자조달구매를 현 e마켓플레이스 형태의 기원으로 보는 경향이 지배적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전자상거래는 특정 기업과 수직적 관계에 있는 업체들간 거래가 전부다시피 했다. 현재 e비즈니스에 가장 빠른 적응을 보이고 있는 분야도 업종별(vertical) e마켓플레이스다.

국내서도 기업대소비자간(B2C) 전자상거래 시장의 호황세가 수그러들면서 올들어 B2B e마켓플레이스 분야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신생 B2B 전문업체는 물론 일반 경매 및 커뮤니티 사이트까지 우후죽순 B2B e마켓플레이스 대열에 합류, 이른바 「원년 특수」를 노리려 해 이상과열 양상을 빚고 있다.

◇e마켓플레이스 구축·운영 현황=최근 들어 e마켓플레이스 개설 움직임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각 산업계서 봇물을 이루고 있다.

가트너그룹은 앞으로 3∼5년내에 업종 구분 없이 기업 대부분이 e마켓플레이스에 참여하고 전체 거래의 20∼30% 가량이 이를 통해 처리될 것으로 전망했다. 포레스터리서치는 내년까지 71% 이상의 기업들이 e마켓플레이스에 참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가인포메이션그룹도 연내에 전산업에 걸쳐 1만개의 마켓플레이스가 출현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지난달 산업자원부 전자상거래과(http://www.ecommerce.go.kr)가 조사·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8월 현재 국내에서 운영중이거나 구축중인 B2B e마켓플레이스의 수는 170개 이상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중 실질적인 거래실적이 있는 e마켓플레이스가 24개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산자부는 특히 올 하반기 들어 e마켓플레이스 구축이 더욱 활기를 띠면서 금년 말까지 그 수가 대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종별로는 섬유분야 e마켓플레이스가 8월 현재 22개로 가장 많고 이 다음으로 IT·전자, 의료, MRO, 화학, 철강분야 순인 것으로 산자부는 밝히고 있다. 일선 업계서는 최소 40여개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는 섬유분야 e마켓플레이스의 경우, 타 산업에 비해 복잡하고 후진적인 생산·유통단계가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된다. 파코스닷컴의 정갑진 사장은 『섬유·패션산업 종사업체의 90% 이상이 중소기업이고 그 중 80% 가량이 종업원 5∼10인 수준의 영세업체』라며 『섬유산업이야말로 e비즈니스화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을 모두 갖춘 셈』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실거래가 이뤄지는 e마켓플레이스 중에서는 사무·소모용품 등 간접재(MRO)를 취급하는 곳이 가장 많다. 기업의 구매금액 중 MRO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구매를 위한 활동에서 발생하는 비용의 상당부분이 MRO 구매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선업계서는 다품목, 비주기적 구매로 수요예측에 따른 전략적 구매계획 수립이 곤란하기 때문에 전자상거래를 통한 비용절감 효과가 타 산업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 e마켓플레이스는 오프라인 제조·유통업체보다는 온라인 전문 벤처기업 주도형이 대부분이다. 이는 미국 등 해외 e마켓플레이스와 크게 대별되는 것으로 초기 마켓플레이스 구축 및 솔루션 지원에는 도움이 되나, 거래발생 등 실제 운영에 있어서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마켓플레이스가 활성화됨에 따라 관련 컨설팅 및 솔루션·장비업체의 발전도 눈에 띈다.

현재까지는 마켓플레이어(운영주체)가 큰 돈을 벌지 못하고 있으나 이들 업체는 후광효과를 톡톡히 보며 수년간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B2B 인큐베이팅 업체인 메인스프링사가 컨설팅업체로는 처음으로 나스닥에 상장된 바 있다.

◇정부지원책=e마켓플레이스 육성에 관한 주무부처는 산업자원부다. 산자부는 최근 「전자상거래 활성화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e마켓플레이스 육성지원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산자부는 e마켓플레이스간 경쟁과 제휴 및 인수합병(M&A)이 가속화되면서 세계 경제질서가 우량 e마켓플레이스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판단, 현재 추진중인 9개 업종별 B2B사업을 통해 동종업계가 공동참여하는 합작회사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진정한 e마켓플레이스 구축을 위해 산자부는 전금융권이 공동 사용가능한 「B2B 전자결제시스템(KEPS : Korean E-Payment System)」을 구축한다. 이 시스템은 우리 산업의 결제관행에 맞춰 외상결제가 가능하며, 표준화로 금융결제원을 통해 모든 금융기관간 양수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특히 산자부는 이달중 거래실적이 있는 e마켓플레이스가 모두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한다. 이를 통해 B2B사업의 애로사항을 파악·해결하고 법제도적 지원방안을 마련해 해외진출을 위한 공동마케팅 사업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골드카드제를 통한 해외인력 유치, 전자상거래 투자액의 5%를 소득세·법인세에서 감면해주는 세제지원 등도 올 하반기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문제점 및 발전방향=현재 국내 대다수 e마켓플레이스에서는 온라인상의 실거래가 거의 일어나지 않고 있다. 최근 산자부가 거래실적이 있다고 선정·발표한 국내 22개 e마켓플레이스 역시 오프라인쪽에서 발생한 실적이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국내 e마켓플레이스 업체에서는 오프라인 마케터 채용에 혈안이 돼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장의 수익발생이나 대외용 거래실적 제시를 위해서도 기존 산업유통망에 익숙한 영업사원의 확보가 필수』라며 『정상적인 e마켓플레이스 영업방식은 아니지만 한국의 상거래 현실상 어쩔 수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현재와 같이 여러 업체들이 모여 하나의 e마켓플레이스를 공동 구축·운영하는 방식도 문제로 지적된다.

미국에서도 이같은 방식의 마켓플레이스 운영이 주를 이뤘으나, 확실한 운영주체 부재로 인한 난맥상이 제기되고 반독점금지법 위반 소지문제가 거론됨에 따라 최근에는 1사 운영체제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다사(多社) 운영방식의 마켓플레이스에는 캐피털업체 역시 투자를 꺼리는 현상까지 나오고 있다.

B2B 컨설팅 및 인큐베이팅 전문업체인 소프트뱅크앤플랫폼 마상준 사장은 『오프라인 기반이 없거나 부족한 e마켓플레이스는 전문 솔루션업체로 전환하거나, 오프라인 굴뚝업체의 e마켓플레이스 구축과정에서 온라인 플랫폼으로 흡수되는 길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자라 말했다.

관련 전문가들은 열성(劣性) 마켓플레이스의 몰락과 마켓플레이스간 흡수·합병을 통해 2003년께면 5, 6개의 대형 우량 마켓플레이스만 살아남을 것으로 보고 있어, 향후 2∼3년내에 e마켓플레이스 시장의 재편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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