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의 정보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최고경영자(CEO)의 의지를 꼽는다.
기업정보화는 결실을 거두는 데 적잖은 시간이 걸려 중도에 포기되는 일이 잦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CEO의 강력한 의지와 지원이 필요하다.
김순택 삼성SDI 대표이사 부사장(51)을 보면 기업정보화에서 CEO의 역할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는 평소 『정보화는 일시적인 프로젝트가 아니다. 구축후에도 지속적으로 쓰임새를 높여야 하며 끊임없이 개선해야 한다』고 말해 왔다.
지난해말 삼성SDI의 새 사령탑을 맡자마자 그는 이러한 지론을 그대로 실천하고 나섰다.
일반적으로 신임 사장은 매출확대를 독려하게 마련이나 김 대표는 먼저 조직과 문화부터 뜯어고치기 시작했다. 이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당장 호조를 보이는 매출과 수익구조도 멀지 않아 악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김 대표는 디지털의 확산으로 기업 경영환경이 돌변하고 있다고 보고 여기에 걸맞은 조직과 문화 인프라를 갖추는 데 주력했다.
『인터넷의 발전은 경영환경의 변화를 재촉하고 이는 또 인터넷의 발전으로 이어집니다. 그런데도 이러한 변화를 무시하면서 기존의 안정된 사업구조가 그대로 지속될 것으로 보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인터넷시대에서 기업경쟁력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김 대표는 일하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고 본다. 프로세스를 표준화하고 시스템화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SDI가 도입한 ERP나 SCM, CRM과 같은 정보시스템도 새로운 환경에 맞는 업무 프로세스를 정립하기 위한 전략적인 도구다. 이제 삼성SDI는 인터넷 비즈니스를 새로운 무기로 쓰려 한다.
『국내에서 우리 회사의 정보화 수준을 높다고 보지만 외국 선진업체에 비하면 아직도 미흡한 게 많습니다. 선진 사업체를 꾸준히 벤치마킹해 우리 회사 정보화 수준을 더욱 높이려 합니다.』
그렇다고 김 대표는 외국 업체의 정보화를 그대로 쫓아가서는 안된다고 본다. 선진업체의 정보시스템을 참조해 우리 기업에 맞는 정보화 전략을 짜고 이를 바탕으로 가장 필요한 것부터 추진하는 게 지름길이라고 여기고 있다.
결국 기업정보화는 해당 기업이 스스로의 장점과 약점을 객관적으로 들여다 보는 수단이다. 정보시스템의 구축 자체보다는 그 과정속에서 배우는 경영 노하우가 중요한 셈이다.
김 대표는 『월단위의 연결결산 등 그동안 구축한 ERP가 어느 정도 결실을 거두고 있다』고 자평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터넷 기반의 확장 ERP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객의 요구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의 구축, 거래처와의 긴밀한 협조체제 구축, 글로벌 의사결정시스템 등을 인터넷 기반으로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김 대표는 『우리 회사는 정보화 전략의 초점을 경영체질을 한층 강화하는 데 두고 있으며 그 효과는 멀지 않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의 초일류기업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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