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개개인의 노력이 기업 안일한 사고를 바꾼다

『언론이 기업의 과대광고도 하나 지적해 내지 못하고 뭐 하시는 겁니까』

지난달 말쯤 기자는 다소 격앙된 목소리의 한 50대 후반 독자로부터 외국계 A가전업체가 카탈로그와 인터넷 상에 제품사양을 실제와 다르게 허위 표시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이 독자는 이미 지난 5월에는 다른 외국계 가전업체 2곳에도 같은 문제를 제기해 사과문을 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국내가전업체에도 허위표기와 AS문제, 제품상의 하자 등을 문제삼아 사과를 받은 적도 있고 현재도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자가 업체측에 확인한 결과 사과라는 표현에는 업계들이 거부감을 느꼈지만 전화를 받은 사실과 이를 일정부분 수용한 적이 있다는 것은 인정했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독자의 요구가 객관적으로 과도하다거나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이 들기도 했지만 소비자의 문제 제기가 없었으면 소비자들이 계속해서 과대광고에 노출될 뻔했구나 하는 것도 있었다.

사실 이 독자는 같은 건으로 기자에게 5차례 이상 전화를 할 만큼 매우 집요하게 업체의 잘못을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했다. 해당 업체에는 거의 매일 전화를 한다고 하니 업체들로서는 다소 짜증이 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자가 취재과정에서 느낀 것은 클레임에 대한 업체의 대응이 신속하고 친절할수록 독자의 기업에 대한 태도가 달랐다는 점이다.

취재결과 어떤 업체는 2∼3번씩 친절하게 제품을 교환해주고 카탈로그가 잘못됐을 경우 바로 재 인쇄에 들어가는 등 발 빠른 조치를 취하는 반면 어떤 업체는 분명히 잘못된 카탈로그 사양을 고치는 것에도 한 달 이상 질질 끌기도 했다.

가전업계 관계자들은 소비자단체 소속이 아니면서도 가전제품의 카탈로그를 모아 모델과 제품사진이 다른 사례, 규격이 잘못 표기된 사례를 찾아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전국에서 약 50여명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는 이들 50여명의 지속적인 업체 감시는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보이지 않는 힘이다. 다소 귀찮더라도 고객들의 다양한 클레임을 항상 밝게 수용하고 고쳐나가는 기업이야말로 소비자주권시대에 미래가 보장된 기업이 아닐까 싶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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