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콘텐츠·기술 도용 잇따라 판결

최근 인터넷에서 콘텐츠를 무단복제하거나 기술을 도용하는 행위에 대한 위법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저작권법 위반 혐의 판정은 인터넷 콘텐츠나 관련기술을 불법으로 베끼는 행위가 만연하고 있는 점에 비춰 볼 때 앞으로 관련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현황 =그래텍은 라스트원을 상대로 낸 웹OS와 관련한 인터넷 저작기술 무단복제 소송 결과 벌금 400만원이 라스트원측에 내려졌다고 밝혔다. 서울지검 컴퓨터수사부는 라스트원과 팝데스크 프로그램 소스 불법 복제자에게 각각 벌금 200만원 부과의 약식 명령을 판결했다. 피고측인 라스트원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음에 따라 그래텍과 라스트원의 형사 소송은 라스트원측의 유죄와 벌금 부과로 마무리됐다. 사이버 여행사인 에틱월드도 지난 3월 자사의 영어 버전 사이트의 텍스트를 그대로 도용한 3W투어를 상대로 형사소송 결과 최근 승소했다. 더욱이 에틱월드는 3W투어에 콘텐츠 도용과 관련, 1억5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키로 하고 법적소송을 준비 중이다. 오투소프트도 영상채팅 프로그램 무단사용과 관련해 효성데이타시스템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에서 승소판결을 얻어냈다. 오투소프트는 이와 관련, 사업피해를 입었다며 별도의 손해배상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앞서 도메인 전문업체인 후이즈가 지난해 인터넷프라자 등 4개 업체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검찰이 인터넷프라자측에 벌금형을 부과하는 등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붐을 이뤘던 「인터넷 소송 대란」과 관련한 판결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미와 과제 =이 같은 판결 결과는 우선 콘텐츠나 기술 도용이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 인터넷업계에 경종을 울린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더욱이 대부분 피해를 입은 업체가 승소 판결을 받아 벌금 액수를 떠나 상징적인 의의가 있다는 반응이다.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기술이나 콘텐츠를 도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 땀 흘려 개발한 기술이나 콘텐츠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그래텍 송길섭 사장은 『400만원의 벌금을 위해 소송을 제기한 것은 아니다』라며 『직원들이 잠 못자고 고생해 가면서 개발한 기술을 얼마나 보호해 줄 수 있는가를 알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직도 피해업체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아 있다. 지금까지 나온 판결은 대부분 가처분신청이나 형사소송과 관련한 판결이다. 실제로 피해업체가 사업·마케팅 피해나 기회 손실에 따른 손해 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민사소송을 밟아야 한다. 가처분신청이나 형사소송은 길어야 3, 4개월만에 판결이 나지만 민사의 경우는 길게는 2년 가까이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 또 가처분이나 형사소송에 승소했더라도 민사에서는 다른 판결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특히 인터넷을 통한 정보공유가 일반화되고 현행 저작권법에 민사 판정의 전례가 없는 상황에서 인터넷 저작기술이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는가 역시 문제다. 현재 저작권법에 의하면 저작물의 종류는 어문·연극·미술·건축·사진·영상·음악·도형·컴퓨터 프로그램 저작물 등이 있으나 정확하게 인터넷 관련 저작물에 대한 정의는 없다.

오투소프트 박경동 사장은 『가처분신청이나 형사소송에 승소하는 것 못지않게 사업손실에 따른 실질적인 배상도 중요하다』며 『힘들여 개발한 인터넷 콘텐츠나 기술 도용을 막기 위해서도 좀 더 엄격하고 구체적인 법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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