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무선과 음성의 조화

이백용 바이텍씨스템 사장 baiklee@bitek.co.kr

요즘 TV광고에 자주 등장하고 있는 한 음성인식 솔루션 기업의 슬로건이 인상 깊다. 「말만 하면 이루어지는 세상」

화면에는 노인과 아이들처럼 PC환경에 조금은 거리가 먼 사람들이 행복한 모습으로 PC를 작동하고 있다. 물론 말만하면 작동하는 PC다. PC가 있는 장소 역시 딱딱한 사무실이 아니라 호수를 끼고 있는 별장이나, 거실의 아늑한 소파처럼 여유로운 곳이다. 음성기술이 현재의 정보기술 환경을 보다 인간미 넘치고 여유롭게 변화시켜 준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 같다.

저명한 미래학자이자 투자가로도 유명한 존 도어(John Doer)는 최근 한 강연에서 차세대 인터넷을 주도할 주된 기술동향 가운데 하나로 음성을 지적했다. 그의 예견과 같이 근래에 세계적으로 음성포털(voice portal)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텔미네트웍스라는 음성포털 업체는 박스데일그룹, 벤치마크캐피털사 등으로부터 4700만달러를 비롯, AT&T로부터 6000만달러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최근 유명세를 타고 있는 쿼크닷컴과 인터넷스피치닷컴 등도 음성포털기업들이다.

국내에서도 다음커뮤니케이션과 OK캐시백 등이 UMS기업 투자와 연계하여 음성포털 분야에 대한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등 관련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그런데 음성포털 서비스가 실제적으로 부가가치를 만드는 곳은 무선인터넷 영역이다. 이미 유선으로 연결된 PC앞에서는 사용자가 굳이 음성을 사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 수준에서 음성기술은 단지 부가기능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용자가 이동중인 무선환경에서의 음성명령과 음성합성 기능은 그 의미가 커진다. 자판을 엄지손으로 입력하는 것이 이동중에 상당히 어렵다는 것은 모두가 느끼고 있을 것이다.

지하철에서 무선인터넷을 위해 자판을 내려다 보고 있노라면, 멀미가 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음성기술이 적용되면 사용자는 이동전화기를 평소 통화시와 동일하게 들고 인터넷을 할 수 있게 된다. 메뉴이동과 정보획득의 속도가 자판 입력시에 비해 몇 배는 더 빨라진다. 모바일에서의 음성인식 기능은 핵심기능으로 부각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모바일과 음성의 연관성은 세계적인 표준기관인 W3C의 모바일 프로젝트와 음성관련 프로젝트가 매우 긴밀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또한 거대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와 IBM 역시 자사의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분야에서 모바일과 음성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계획을 속속들이 발표하고 있다.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이들 기업의 모바일 음성 통합전략이 모두 IMT2000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음성과 연계된 무선인터넷 서비스가 차세대 멀티미디어 이동통신 서비스인 IMT2000과 연관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선인터넷을 통한 텍스트 및 음성 콘텐츠의 개발은 곧 통신망의 고도화에 따라 동영상 콘텐츠로 확대될 것이다. 무선인터넷 강국의 비전이 최근 정부의 단말기 보조금 지급금지 조치와 일부 이동통신회사의 단말기 공급중단에 의해 주춤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위기에는 언제나 더 큰 기회가 있게 마련이다. 음성을 통한 무선인터넷 서비스에는 더 많은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한국시장은 더욱 그러하다. 이는 세계 대형 업체들의 무선인터넷 및 음성인식 전략이 한국에 집중되고 있음을 통해 알 수 있다.

오라클의 경우 범세계적 모바일 핵심제품군인 포털투고(Portal-to-go)의 공동개발을 위해 한국지사에 모바일 연구센터를 건립하고 아시아태평양지역 모바일 사업권을 부여했다. L&H도 조직을 재조정하면서 한국지사의 매출이 전체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자, 한국지사를 본사 또는 본부로 승격하는 문제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한국법인도 음성인식과 모바일 분야 연구결과 및 시장조사자료를 본사에 제공해줄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고 한다.

MVP(Mobile Voice Provision)를 통해 한국이 세계의 MVP가 되도록 관련업계의 창의적인 도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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