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벤처투자에서도 학맥과 인맥, 출신사를 따지는 구태의연한 관행을 버리지 않고 있어 씁쓸함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인터넷벤처기업인 A사는 최근 국내 굴지의 SI사업자로부터 투자를 하고 싶다는 제안을 받고 상담을 벌인 결과 『학벌과 학맥을 좀 갖추라』는 답변을 들었다.
A사의 K임원은 『담당자가 아이템은 신선하고 좋은데 윗선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말과 함께 『학벌을 갖추었으면 가능했을 것』이라는 친절한(?) 충고까지 해줬다고 전한다.
K임원은 또 『우리가 투자 의뢰를 한 것도 아니고 그쪽에서 찾아와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진행됐는데 기술보강이 아닌 학벌 운운하는 말을 들어 전직원의 사기가 떨어지는 황당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토로했다.
벤처 투자에서 학맥을 비롯한 인맥을 따지는 건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최근들어 대기업 출신자들의 벤처행이 늘어나면서 대기업들의 투자 벤처 선별의 주요 조건 중 하나를 「출신사」로 꼽고 있다는 점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인터넷솔루션 업체인 B사의 Y사장도 『벤처하면 학력 파괴가 대표적으로 얘기됐지만 아무리 좋은 아이템을 갖추어도 명문대나 대기업 출신자들이 끼지 않으면 사업하기 어렵다』며 『요즘 대기업의 벤처 투자는 마치 그동안 벤처에 빼앗겼던 인력 끌어안기 양상』이라고 꼬집었다.
수평적 네트워크 관계가 중요한 벤처토양에서 어떤 식이든 인맥을 강조하는 것은 원활한 제휴를 위해선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레이드를 따지는 학벌 제일주의는 수평적 협력관계를 강조하는 벤처토양을 경성화시킬 수 있는 점에서 분명 바람직하지 못하다.
특히 기존 대기업들에 만연된 「엘리트주의」가 벤처기업까지 확산될 경우 도전과 창조를 무기로하는 벤처정신의 실종마저 우려된다.
좋은 아이템과 이에 걸맞은 기술 그리고 우수한 인력. 흔히 이 세박자가 맞을 때 기업은 성장한다. 니치마켓을 겨냥하는 벤처기업은 더더욱 그렇다. 설사 좋은 아이템과 기술을 갖고 있다 해도 우수한 인력을 학벌과 동일시하는 한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앞날은 결코 밝지 않아 보인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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