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중계>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닷컴기업의 위기론

전자신문사가 후원하는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회장 차재원)」의 8월 토론회가 지난 29일 서울 전경련회관에서 「닷컴기업의 위기론」을 주제로 개최됐다.

이날 모임은 최근 업계에 팽배한 닷컴기업의 위기론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부분과 이에 대한 타개책 등에 대해 2시간여 동안 다각적인 토론을 벌였다.

주제 발표자로는 코인텍 서진구 사장, 벤처포트 한상기 사장, 전자신문 김경묵 인터넷부장이 나섰으며 「닷컴기업의 현주소」 「닷컴기업의 비즈니스 발전방향」 「닷컴기업은 거품인가」 등에 대해 발표했다. 이어 벌어진 자유토론 시간에서 참석자들은 닷컴기업 위기 타개책, 발전방향 등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이날 주제발표와 토론 내용을 정리했다. 편집자

◇김원식(정보통신연구진흥원 수석전문위원) = 닷컴기업이 위기에 처해있다는 표현이 공공연하게 쓰이고 있는데 이는 현실을 왜곡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닷컴기업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인터넷산업 자체에 커다란 문제가 있는 것처럼 다뤄지는 것은 옳지 않다. 어느 시대에나 퇴출기업은 있게 마련이고 일정 사이클에 따라 기업의 생성과 쇠퇴가 이어지는 것이다.

그런데도 일부 기업이나 언론에서는 닷컴기업 위기 타결책으로 정부 지원책에 대한 논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물론 정부의 지원도 어느정도 필요하지만 기업과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 경쟁과 모험을 통해 위기를 타개해야 한다. 퇴출 위기에 놓인 기업이 벤처기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특혜를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정한 룰에 따라 기업이 원활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서현진(전자신문사 논설위원) = 정부 지원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은 과도한 벤처정책에 따른 특혜를 정부에서 어느정도 주도했던 것이 관행으로 굳어져 타성이 반복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상기(벤처포트 대표) = 벤처기업, 특히 인터넷기업 거품론의 원인은 투자자와 언론, 벤처캐피털 등 기업을 둘러싼 환경에 있다고 본다. 투자자들이 묻지마 투자를 통해 기업의 가치를 턱없이 부풀리고 언론 역시 새로운 것을 좇다 보니 과열양상을 띠기도 했다. 벤처캐피털 역시 한동안 너도나도 투자에 뛰어들다가 어느 순간에는 소극적인 방향으로 돌아섰다.

인터넷 비즈니스기업이 스스로 수십, 수백 배로 투자해 달라고 한 적도 없고 자사의 가치를 부풀려 달라고 한 적도 없다. 현재 모든 거품의 원인이 마치 인터넷기업에 있는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

◇유광원(이지아이티 대표) = 벤처캐피털은 자금을 투자함으로써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이익을 내고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후 수익을 얻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최근의 벤처캐피털은 기업이 기술을 개발해 시제품을 개발할 때까지만 투자를 진행하고 정작 시장에서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마련에는 소홀하다. 결국 이들 기업은 M&A를 통해 타 기업에 흡수되고 CEO는 그 돈으로 다시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는 현상이 반복되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 벤처캐피털은 장기적인 전략을 가지고 한 개 기업을 발전시킨다. 순간적인 주가 부풀리기로 한탕을 노리는 현재의 관행은 바람직하지 않다.

◇유병배(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부회장) = 약 4개월 전까지 소프트웨어진흥원에서 벤처기업진흥을 위한 지역센터 개설작업을 진행했다. 반응이 좋아 서울은 물론 부산, 대구, 창원, 구미 등에 센터를 설립, 현재 16개 센터에 600여개 벤처기업이 입주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지역센터 확충으로 벤처기업의 양적 확대는 계속됐지만 이것이 오늘날 벤처기업 거품론 조성의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예전에 센터에 들어와 사업을 시작한 기업들은 대부분 현재 경쟁력 있는 우량기업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요즘 기업의 함량은 상당히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96년께는 벤처캐피털의 상황도 좋지 않았다. 벤처기업은 투자유치가 어려워 만성적인 자금난에 허덕이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때 육성한 기업은 우량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자금조달이 쉽고 벤처기업에 대한 이미지도 이전에 비해 훨씬 향상된 지금 기업의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다. 그 원인은 너도나도 손쉽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어 기업의 자생력이 떨어진다는 점이 가장 크다. 많은 우여곡절을 겪고 이를 통해 어떤 위기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데 벤처캐피털이나 언론 등은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공석환(CCC벤처컨설팅 대표) = 우리나라 기업들은 한 개 기업이 무언가를 시작해 성공하면 너도나도 그 분야에 뛰어드는 좋지 않은 습성이 있다. 모든 기업은 수익성이 있어야 비로소 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닷컴기업은 오프라인과의 연계가 필수적이다. 온라인만으로는 온전한 수익을 내기 어렵다. 오프라인 기업의 많은 경험과 노하우가 온라인 시장의 아이디어와 결합돼야만 훌륭한 수익모델이 나올 수 있다. 오프라인에서의 경험은 1, 2년만에 쌓이는 것이 아니라 5∼10년간의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온라인 기업은 이들의 경험을 결합시켜야만 생존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사이버보험 서비스의 경우 오프라인 고객의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마케팅을 펼쳐야 효과가 있다. 또 온라인 콘텐츠 업체들은 인터넷상에서는 무료로 콘텐츠를 제공하고 이를 책자로 발간, 수익을 내는 식으로 온오프라인을 철저히 결합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백용(바이텍시스템 대표) = 최근의 벤처기업 위기론은 너무 과장된 경향이 있다. 치열한 경쟁에서 경쟁력 없는 기업은 퇴출되고 탄탄한 기반을 가진 기업이 살아남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원리다. 그런데도 현재 대두되고 있는 위기론이 벤처기업, 즉 인터넷기업 전체의 문제인 양 확대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언론은 철저한 견제세력으로 제역할을 해줘야 하고 정부는 활발한 M&A를 위해 관련규제 완화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신종철(송우아이앤티 연구소장) = 최근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M&A는 기업간 상호 필요에 의한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자연스럽다. 기업은 살기 위해 핵심역량을 강화,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키워야 한다. 인터넷 업계는 앞으로 6개월을 예측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미리 틀을 만들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현상에 의해 M&A를 이뤄내야 하는 것이다.

◇박기순(LGIBM 마케팅본부장) = 미국에서는 20개 벤처기업 가운데 1개만이 살아남는다. 생존율 약 5% 가량으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기업의 퇴출은 당연하다. 국내에서는 닷컴기업과 벤처기업 붐이 거의 맞물려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떠올랐다. 결국 닷컴이든 오프라인 벤처기업이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해 같이 가야 한다는 데 이견이 있는 사람은 없다.

◇서진구(코인텍 대표) = 벤처기업의 특성상 M&A는 필수적으로 따라온다. 벤처기업은 초기 정부의 지원으로 성장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제는 서로의 발전을 위해 M&A를 논의해야 할 때다. IPO에만 매달려서는 회사를 살리거나 발전시키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세문제 해결과 같이 M&A가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는 환경조성에 정부가 앞장서는 일이 시급하다.

◇차제원(제이스텍 대표) = 벤처기업이 활성화된 것은 약 2년 동안의 일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거품에 대한 논의가 나왔다. 벤처기업을 평가할 때는 미래가치를 기준으로 한다고 통상적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기업가나 투자가들은 미래가치에 대한 기준이 모호한 경우가 많다. 기업의 미래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방법론 개발이 시급하다. 그러나 이를 평가할 수 있는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점이 걸림돌로 떠오르고 있다.

◇김경묵(전자신문 인터넷부 부장) = 기업의 가치평가에 대한 필요성은 누구나 절감하고 있는 부분이다. 전자신문사는 이 때문에 9월중 인터넷 기업 가치평가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다.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이를 통해 닷컴기업의 현재와 미래가치를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한상기 = 현재 논의되는 거품과 닷컴기업의 위기론은 별개로 인식돼야 한다. 거품은 기업가치가 과평가됐다는 얘기고 닷컴기업의 위기는 수익모델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기업의 가치평가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은 툴이 없어서가 아니라 평가주체의 냉정한 판단 부족 때문이다.

◇이종희(모다정보통신 대표) = 인터넷 산업에서 거품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 거품 자체가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필요없는 곳에 거품이 있다는 게 문제다.

◇성규영(에어아이 대표) = 닷컴기업의 위기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한단계 차원을 달리해 유선과 무선의 결합이라든지 선발기업과 후발기업의 연계, 그리고 선발 닷컴기업의 역량을 후발기업이 받아들여 발전적인 방향으로 협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기호(네비스텍 대표) = 인터넷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나 벤처캐피털, 기업, 언론 등이 각자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정부는 정치적 논리에 벤처기업을 이용하는 일이 없어야 하고 벤처캐피털도 성급한 수익창출에 급급하지 말고 실제 기업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정리 =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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