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 램버스 제소 파장

현대전자가 30일 전격적으로 램버스를 미국 법원에 제소함으로써 램버스와 주요 D램 업체간 불거진 갈등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램버스는 불과 이틀전에 미국 마이크론으로부터 피소됐다. 다만 마이크론의 소송은 램버스가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것인데 반해 현대전자는 아예 램버스의 특허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램버스는 이달초 독일 인피니온을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한 바 있는데 이번에 되레 현대전자와 마이크론으로부터 피소돼 램버스와 주요 D램업체 간의 갈등은 반도체업계 사상 최대의 특허 전쟁으로 번질 전망이다.

◇제소 배경

현대전자와 마이크론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램버스의 부당한 특허권 행사다. 램버스는 2개월전부터 주요 D램 업체들을 상대로 라이선스 계약을 추진하면서 상식을 벗어난 로열티를 요구했다는 게 두 회사의 주장이다.

더욱이 두 회사는 램버스가 내세운 특허 일부에 D램 업계에 공유된 기술이 포함돼 있어 램버스가 특허권을 주장할 입장이 아니라고 본다. 결국 램버스는 라이선스 협상 과정에서 무리한 욕심을 내다가 이러한 저항을 낳았다.

◇쟁점

소송은 램버스가 주장하는 특허가 유효하냐는 것으로 판가름될 전망이다. D램 업체들은 『램버스가 주장하는 SD램 관련 기술은 국제반도체표준화 기구인 제덱(JEDEC)에서 마련된 업계 공유물로 이를 마치 자사 기술인 것처럼 포장한 램버스의 특허권 주장은 말도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 현대전자와 마이크론도 이러한 D램 업체의 입장을 소송 내용에 담았다.

이에 대해 램버스는 『SD램 기술 자체는 공유된 것일지 모르나 호환 기술은 독자적인 것』이라며 특허권을 주장했다.

특히 램버스는 『자사 기술이 특허가 아니라면 왜 몇몇 반도체업체들이 자사와 로열티 계약을 했겠느냐』고 반문한다.

이에 대해 D램 업체들은 『히타치, 도시바, 오키 등 램버스와 계약한 회사들은 사실상 SD램 업체로 볼 수 없으며 비교적 램버스의 쉬운 상대들』이라며 『저마다 독자 기술을 보유한 주요 D램 업체들을 이들 회사와 똑같이 보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현대전자의 특허 관계자는 『지금까지 램버스와 협상한 것은 로열티 규모가 아니라 특허권의 유무』라며 『램버스D램이라면 몰라도 SD램에 대해서까지 특허권을 주장하는 것을 받아들일 D램 업체는 없다』고 밝혔다.

◇램버스의 선택

램버스에는 두 갈래 길이 있다. 하나는 로열티 요구를 중단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죽기 살기」식으로 싸우는 것.

로열티 요구 중단은 이것만으로 먹고 사는 기술회사로서는 치명적인 것이며 끝까지 싸우는 것 또한 상대가 초대형 기업들이라는 점에서 큰 부담이다.

이를 두고 D램 업계는 램버스가 본격적인 법정 싸움 이전에 타협을 볼 것으로 관측한다. 특히 램버스는 D램 업체들도 인정하는 램버스D램 기술을 내세워 협상을 진행시키면 의외로 빨리 송사를 끝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램버스D램이 최근 시장에서 자칫 사장될 위기에 처해있다는 점이다. 인텔이 차세대 메모리로 육성해온 램버스D램 카드를 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일련의 로열티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램버스는 뜻밖의 송사에 휩싸여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향후 파장

램버스를 둘러싼 소송이 잇따르면서 반도체업계는 새삼 특허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 특히 올해는 예년에는 볼 수 없었던 특허 분쟁이 잇따랐다. 굵직한 소송만 해도 20건에 육박한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반도체업계에는 공격이든 방어든 확실한 특허 무기를 갖춰야 한다는 인식이 퍼져가고 있다.

이번 램버스 관련 소송만 놓고 보면 오히려 D램 업체간 연대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D램 시장은 삼성전자, 현대전자, 마이크론, NEC 등 상위 4개사로 압축됐는데 이들 회사는 상대적으로 시장이 안정된 상황에서 특허소송과 같은 돌발 변수가 발생하기를 원치 않는다.

램버스가 이들 D램 업체의 「공동의 적」이 되면서 D램 업체들이 서로 가까워지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이번에도 현대전자는 마이크론의 소송이 나오자마자 램버스를 제소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사정은 달랐다. 히타치가 램버스와 한참 싸움을 벌일 때 도시바는 「뒷문」으로 램버스와 특허 협상을 벌였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마이크론이 오히려 주요 D램 업체들의 협조 무드를 이끌어내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D램 업체들이 이번 소송의 결과를 어떻게 이끌어내느냐에 따라 D램 업체의 반도체업계내 위상도 달라질 전망이다.

D램 업체들이 램버스를 상대로 승소하거나 이와 버금가는 결과를 유도할 경우 반도체 시장에 대한 영향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반대의 경우 D램 업체의 영향력은 주춤할 수 있다. 램버스만큼 D램 업체들도 단독 또는 공조로 이번 소송에 사력을 다할 것이라는 관측은 이러한 분석에 따른 것이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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