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인터넷의 이슈가 WAP진영과 ME진영간 표준전쟁의 단계를 뛰어넘어 이제 어떤 콘텐츠를 제공하느냐로 전환함에 따라 각종 콘텐츠를 모아놓은 「무선포털」이 주 관심대상으로 떠올랐다.
무선포털은 일반 유선인터넷에서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콘텐츠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개념을 무선 환경으로 옮겨놓은 것이다.
무선포털은 SK텔레콤과 한국통신엠닷컴 등 이동통신사업자가 각각 독자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CP를 모아 서비스하면서 기선을 제압하기 시작했다. 이들 사업자는 각자의 무선가입자망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자사 가입자들이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서비스의 메뉴로 등록시켜 놓았다. 그러나 PC통신처럼 폐쇄적인 개념의 이통사업자들의 무선포털은 이용자들 측면에서는 자신이 가입한 이동전화 사업자가 제공하는 콘텐츠만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다소 불편하다.
이같은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독립적인 「무선포털」이다. 에이아이넷이나 인포뱅크, 에어아이 등은 무선인터넷 초기부터 무선포털을 주창하고 사업을 시작한 대표적인 사업자다. 이들은 스스로 모집한 CP로부터 콘텐츠를 받아 변환작업을 거쳐 이동통신 단말기로 뿌려준다. 때문에 이용자는 가입한 이동전화에 상관없이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011 가입자가 018 이용자와 채팅을 하거나 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다.
유선 콘텐츠를 무선으로 변환하거나 무선 콘텐츠를 다른 표준으로 바꿔주는 컨버터 솔루션이 필수적이다. 최근 들어 컨버팅 솔루션을 개발한 업체들도 자사 솔루션을 기반으로 이 사업에 뛰어들 계획을 밝히고 있다. 한국디지탈라인이나 아이소프트 등 일찍부터 무선인터넷시장에 진입한 업체들은 이미 확보된 솔루션으로 별도 투자비용을 들이지 않고 포털 서비스로까지 나아가겠다는 생각이다.
이들 전문업체 외에 기존 유선 포털업체들도 무선포털의 유력하고 강력한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이동통신 사업자와 콘텐츠 또는 솔루션업체들이 너도나도 무선포털에 뛰어드는 것은 무선분야에서도 향후 음성통화보다는 데이터통신의 비중이 훨씬 높아지리라는 전망때문이다. 이 와중에 이통사업자와 그 반대 진영인 비이통사업자 간에 무선포털의 주도권을 잡기위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이통사업자로서는 자사 우산 아래 다량의 CP를 확보해 독자적인 포털을 운영함으로써 기존 가입자의 이탈을 막고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는 데 유리하다. 이들에게 가입자는 이제 더 이상 음성통화 사용자라기보다는 무선인터넷 잠재 수요층인 셈이다.
반면 CP 및 솔루션업체들은 초기 호환성 결여로 어쩔 수 없이 종속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할 수밖에 없었으나 개방환경 아래서는 종속적인 관계에서 탈피해 수평적 구조나 더 나아가 강력한 힘을 가지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무선포털은 무선인터넷시장 기선제압 목적 외에 실질적인 수익성 확보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누가 양질의 콘텐츠를 많이 확보하느냐가 통화료 수입은 물론 전자상거래를 통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느냐하는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사업자들은 사실 가입자망과는 독립적인 무선포털의 발전을 달가와 하지 않고 있다. CP를 중심으로 한 무선포털 사업자들이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이통사와의 제휴가 필요하다. 포털 서비스를 위한 웹서버와 이통사업자의 서버가 전용선으로 연결돼야만 원활한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통사업자들은 아직까지 수년간 수조원의 투자비와 막대한 인력을 들여 구축한 인프라를 외부 CP들에게 개방하기를 주저하고 있다.
과거 유선에서도 초창기에는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던 PC통신업체들이 콘텐츠 시장까지 장악했으나 개방적인 인터넷환경에서는 콘텐츠 위주로 시장이 재편됐다.
이를 고려하면 무선인터넷 가입자망의 개방여부는 독립적인 포털이 얼마나 이용자들로부터 인기를 누리느냐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입자망과 콘텐츠라는 서로 다른 무기를 각기 보유하고 있는 이통사업자와 콘텐츠업체 중에서 과연 누가 무선포털시장을 선점하게 것인지는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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