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보육센터 이대론 안된다>5회-창업보육센터,입주도 학연이 우선

초기 벤처 창업자에게 대학이 가진 우수한 인력과 노하우를 최대한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 98년부터 각 대학에 문을 연 정보통신 창업지원센터가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과 자금이 부족한 초기 벤처기업을 보육하기 위해 막대한 정부지원으로 운영되는 센터가 소속학교 구성원을 위한 기관으로 전락하고 있다.

 본지가 최근 전국 주요 20개 대학 정보통신 창업지원센터 입주기업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 7월말 현재 이들 대학 정보통신 창업지원센터에 입주한 업체는 258개사로 집계됐다. 이들 입주기업 중 56%에 이르는 144개 업체가 소속학교 교수 및 재학생, 졸업생이 대표를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개 대학 가운데 65%인 13개 대학 창업지원센터가 소속 구성원 비율이 50% 이상이었다. 표참조

 이를 자세히 보면 강원대의 경우 입주업체 12개 대표 전원이 강원대 교수 및 졸업생, 재학생으로 구성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서울대가 전체 15개 업체 중 14개(93%), 고려대가 17개 중 12개(71%), 한양대가 12개 중 8개(67%), 인하대가 15개 업체 중 9개(60%)로 나타났다.

 대학교수가 대표로 있는 경우가 전체 입주기업 258개사 중 21개사(8%), 석박사를 비롯한 재학생 및 휴학생이 대표로 등재된 경우가 33개사(13%), 졸업생이 대표를 맡고 있는 업체가 90개사(35%)로 각각 나타났다.

 이에 대해 K대 정보통신 창업지원센터 전문위원은 『대학교수가 대표이사로 등재하는 경우보다 교수들이 제자나 친인척을 대표이사로 신고하고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더 많다』며 『업체를 개별적으로 파악하면 교수가 차지하는 비율은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각 대학은 『입주심사에 최대한 공정성을 부여해 이루어진 결과로 이를 문제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3년째 창업지원센터장을 맡고 있는 C교수는 『소속 구성원 비율이 높은 것을 인정한다』면서도 『이는 센터가 문을 연 초기에 이루어진 결과일 뿐 향후 2∼3년 후에는 상황이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많다.

 창업지원센터 입주심사에서 탈락한 경험이 있는 벤처기업 K사장은 『센터가 대학에 위치했다고 해서 소속 대학교수와 재학생들이 차지하면 대학과 연고가 없는 외부인은 입주가 불가능하다』며 『각 대학이 일정비율 제한을 둬 신생 벤처기업에 문호를 더욱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조사대상 20개 대학에는 대부분 입주기업 심사를 위해 운영위원회가 구성돼 업체의 입주심사 및 퇴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광운대와 연세대, 인하대 등 몇 개 대학이 운영위원회에 외부 전문가를 초빙, 입주심사에 객관성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반면 대부분 대학이 소속학교 교수들로만 운영위원회를 구성, 객관성 확보에 실패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또 각 대학은 입주심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탈락업체들은 이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다.

 지난해에는 모 대학 창업지원센터 입주심사에서 탈락한 업체가 해당 대학을 상대로 이의를 제기해 소관기관인 정보통신연구진흥원이 해당학교에 심사결과 공개를 요구하기도 했다.

 최근 민간창업지원기관의 설립이 증가하면서 대학 창업지원센터 인기가 다소 떨어지기는 했지만 벤처업체들에는 여전히 매력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다.

 이는 민간창업지원기관에 비해 20%에 불과한 운영비용을 비롯, 대학의 우수한 노하우를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실제 입주한 업체들 얘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최근 창업지원센터에서 나와 테헤란밸리로 이동한 J씨는 『입주업체가 교수들로부터 기술 및 경영, 마케팅 등 조언을 얻는 경우는 극히 일부』라며 『교수와 개인적 친분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이런 사례는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창업지원센터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입주업체들이 센터에서 지원하는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며 『센터는 입주업체가 원하는 자문교수 연계와 마케팅 지원 등 최대한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각 대학 창업지원센터가 본격적으로 활동에 돌입하면서 교내 교수들로 벤처기업 자문교수단을 구성, 벤처기업의 애로사항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교수들이 실험실 창업을 통해 회사 설립이 가능해지면서 교수들이 본격적으로 창업에 나서 자문교수단 활동은 유야무야되고 말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모 대학 창업지원센터에 입주한 K사장은 『교수들로부터 지원을 받는 것은 교수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것을 기대하는 일』이라며 『벤처와 관련돼 유혹이 많은 교수들이 자기 학교 센터에 입주해 있다고 자기 시간을 소모하면서 자문에 응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지난 98년부터 올해 7월말까지 적게는 5000여만원에서 많게는 4억원 등 모두 6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자금이 지원된 각 대학 창업지원센터가 설립취지에 맞는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면 국민의 세금이 낭비됨은 물론 벤처열풍에 역풍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과학기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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