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IMT2000 기술표준 논쟁

차세대 이동통신인 IMT2000 기술표준을 둘러싼 업체간의 논쟁이 한창이다.

국내 대표적인 이동전화 단말기 생산업체인 LG정보통신이 IMT2000 기술표준과 관련해 이동전화 표준 방식인 동기식을 버리고 비동기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데 반해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등은 과거와 다름없이 동기식을 채택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여기에 텔슨전자를 비롯한 성미전자 등 중소 단말기 생산업체들도 기술표준 논쟁에 가세함으로써 동기식과 비동기식 표준 양대 진영으로 나뉘어 다툼을 벌이고 있다.

각 사업자들은 처한 입장이 다르고 또 어떤 방식이 국가 표준으로 결정되느냐에 사업의 흥망이 달려 있기 때문에 이같은 논쟁을 벌이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기술표준을 둘러싸고 논쟁이 지속돼 그것의 결정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IMT2000 기술 개발이 그만큼 뒤처지고 사업의 집중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술표준 방식의 장단점을 정리하고 조속한 시일내에 결론을 내야 한다.

우리가 기술표준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기준으로 삼아야 할 일은 사용자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글로벌 로밍, 우리의 기술 수준, 수출 가능성 여부 등이다.

글로벌 로밍서비스는 IMT2000의 가장 중요한 특징인 언제 어디서나 누구하고도 통화할 수 있어야 하는 것으로 이 기능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국내 이동전화 사용자를 외국 사업자에게 빼앗기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그런 점에서 비동기식은 세계 대부분의 업체들이 채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글로벌 로밍이 원활하다. 이같은 이유로 이미 SK텔레콤을 비롯한 한국통신프리텔, LG텔레콤 등 이동전화 서비스 사업자들은 모두 비동기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단말기 분야는 세계 시장의 80%를 차지해 수출 시장은 큰 반면 우리의 기술력은 뒤진다.

반대로 동기식은 글로벌 로밍에서 다소 불리하다. 단말기 분야는 우리가 앞선 기술을 지니고 있고 시장은 수출의 경우 미주 등 일부 지역에 한정돼 협소하나 내수 시장은 탄탄한 편이다. 결국 서비스 사업자에겐 비동기식이 큰 장점을 지니고 있는 데 이론의 여지가 별로 없으며, 단말기업체의 경우 내수 시장 위주의 안정적인 사업을 하느냐 아니면 위험을 무릅쓰고 큰 세계 시장을 향하느냐의 선택의 문제다.

정부는 그동안 기술표준을 업계 자율로 결정하도록 방침을 발표해 지금까지 업체들에 그것에 대한 충분한 시간도 주었다. 따라서 업체들에 국익을 생각해서 스스로 한발 물러나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 같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도 당초 IMT2000 기술표준을 통일하려 했으나 세계 각국의 엇갈린 이해를 조정하지 못해 글로벌 로밍에 문제가 없는 한도에서 각자 알아서 정하도록 한 것을 보면 기술표준을 두부 모 자르듯이 하기란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젠 기술표준을 정하는 문제는 업계 자율에 맡겨두는 것보다 국가나 산업 발전 차원을 고려해 정부가 결정해야 할 몫이다. 우리가 동기식을 택하든 비동기식을 택하든 아니면 복수로 가든 어떤 경우라도 위험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 단지 개별업체보다는 국가적 차원에서 경제적 이득이 많은 방식을 택하는 현명한 선택만 남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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