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PC컴퓨터업체들과 해외 주요 컴퓨터업체들간 「짝짓기」가 활발하다.
지난 97년 LG전자와 IBM이 「LGIBM」이라는 합작회사를 설립했으나 그동안 국내 주요 PC업체와 외국업체간의 교류는 제품의 주문자상표부착(OEM)방식의 제품생산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현대멀티캡과 컴팩컴퓨터가 제품의 공동브랜드 제품생산을 시작으로 삼성전자와 델컴퓨터, 삼보컴퓨터와 소니 또는 HP, 대우통신과 NEC 등 국내 PC업체와 외국업체들간 다각적인 협력관계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와 외국컴퓨터업체간의 협력은 공동마케팅, 공동브랜드 사업, 기업인수, 합작사 설립 등 포괄적인 의미의 전략적 제휴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우선 삼성전자(대표 윤종용)와 델컴퓨터는 최근 서버부문을 비롯해 데스크톱 및 노트북컴퓨터, 모니터 및 주변기기, 반도체를 포함한 포괄적인 제휴계약을 체결키로 합의했다. 두 회사의 이번 제휴추진은 세계 제2의 컴퓨터업체인 델컴퓨터가 삼성전자의 유통망을 통해 서버 및 컴퓨터를 판매하고 안정된 부품구매선 확보를 위해 삼성전자에 제휴를 요청하면서 시작된 것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구체적인 협력조건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현재 두 회사는 어떤 형태로든 협력을 이루어간다는 점에선 의견을 같이하고 실무자들간에 긴밀한 접촉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델컴퓨터의 해외에서 막강한 브랜드 인지도와 마케팅능력을 활용할 경우 AST매각이후 부실했던 해외시장 개척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 델컴퓨터 입장에서도 손해될 게 없다. 삼성전자가 생산한 제품을 해외에 내다 파는 것은 물론이고 아직까지 맥을 못추고 있는 한국 서버시장에서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삼보컴퓨터(대표 이홍순)는 최근 안산에 연 60만대의 노트북컴퓨터 공장을 준공하는 등 노트북컴퓨터로 사업무게 중심을 옮기면서 해외 노트북컴퓨터 시장개척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를 물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까지 그 파트너는 드러나지 않고 있으나 일본 소니사와 HP가 그 대상일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설명이다. 실제로 삼보컴퓨터는 이들 업체와 물밑 접촉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내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국내 가정용 컴퓨터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일본 소니와 미국 HP도 삼보컴퓨터를 포함한 국내업체와의 제휴가 한국시장 진출의 선결요건이라는 점에 비춰 보면 설득력이 있는 얘기다. 삼보컴퓨터와 이들 업체의 제휴방식은 LGIBM이나 현대멀티캡처럼 공동 생산 및 마케팅에서 향후 공동브랜드로 사업을 발전시켜 나가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우통신(대표 이정태)과 일본 NEC간의 협력도 눈여겨 볼 만하다. 이들 두 회사간의 협력은 NEC가 지난 6월에 대우통신을 인수키로 하고 구체적인 협상을 벌이다 「일괄인수」와 「부분인수」라는 양측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중단됐다. 물론 대우통신 이정태 사장은 『NEC와 기업인수 조건이 논의된 것은 사실이지만 조건이 맞지 않아 없던 일로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NEC는 대우통신과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제품의 품질이나 생산규모면에서 다른 업체에 뒤지지 않고 그동안 국내에서 닦은 영업노하우를 활용하면 나름대로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NEC가 대우통신을 대상으로 재협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달 인터넷PC부문에서의 공동브랜드 사업을 추진키로 하고 전략적 제휴를 맺은 현대멀티캡(대표 최병진)과 컴팩컴퓨터도 향후 한단계 발전된 새로운 제휴관계 정립을 모색하고 있다.
두 회사는 향후 국내에서 공동브랜드로는 사업확대가 여의치 않을 경우 LGIBM과 같은 합작형태의 회사 또는 공동투자의 기업으로의 변신 등 새로운 제휴관계를 맺을 방침이다.
이처럼 복잡하게 얽키고 설킨 국내 컴퓨터업체와 외국 컴퓨터업체간의 합종연횡 움직임은 올 연말경 가시화될 것으로 보여 국내는 물론 세계 컴퓨터시장 구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앞으로 국내 컴퓨터시장은 제휴를 체결한 거대 연합기업간 경쟁으로 치닫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시장판도도 그동안 국내업체 위주에서 외국 브랜드와 결합된 PC에 따라 성패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시장에서도 우리의 브랜드 인지도는 달라질 게 분명하다.
물론 이러한 합작이나 공동 브랜드 생산이나 공동마케팅이라는 다양한 협력의 밑바탕에는 종래와 다른 품질과 건전한 마케팅활동이 전제되지 않으면 안된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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