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현상 겟모어증권 사장
우리나라에서도 전문 온라인 증권사 4개사가 영업을 개시했다. 겟모어증권·E*미래에셋증권·E*트레이드코리아증권·키움닷컴증권 등이 그 주인공으로 이들 온라인 증권사는 영업을 시작한 지는 오래 되지 않았지만 우수한 영업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7월 한달 동안 이들은 온라인 증권시장의 6%를 점유했다. 영업을 시작한 지 짧게는 2개월에서부터 길어야 6개월 정도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대단한 성과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국내 전체 증권거래 실적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율도 61%로 세계시장에서도 수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인터넷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술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온라인 증권의 선두주자라할 수 있는 미국의 경우는 어떨까.
◇오프라인 증권사가 결국에는 온라인에서도 강세=87년 DLJ증권사는 온라인정보서비스 업체인 프로디지와 함께 온라인 증권서비스를 개시했다. 이후 디스카운트 증권사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증권소매업에 진출했던 찰스슈왑을 비롯해 e트레이드·아메리트레이드·슈어트레이드 등의 온라인 전문 증권사가 설립돼 현재와 같은 온라인 증권 전성시대를 열고 있다.
미국의 온라인 증권시장은 오프라인에 강한 대형 증권사들이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 늦었기 때문에 후발 온라인 증권 전문회사에 내주었다. 그러나 올 상반기 온라인 증권사 순위를 살펴보면 오프라인 시장에서 강했던 회사 중 몇몇 회사가 상위에 랭크돼 있다.
찰스슈왑과 e트레이드는 온라인 증권시장 점유율 32%와 13%로 1,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투자펀드로 유명한 피델리티도 시장점유율 8%로 3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또 오프라인의 강자인 메릴린치도 5위권에 진입했으며 모건스탠리는 증권 소매영업에 강한 딘위터를 인수, 「모건스탠리딘위터온라인」사가 11위에 진입하고 있을 정도로 기존 오프라인 증권사들이 온라인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증권시장의 온라인 점유율은 99년말 현재 12.5%에 달하고 있으며 개인 거래금액의 25%가 온라인으로 거래됐다. 미국증시 관계자들은 2002년에 온라인 점유율이 30%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온라인 점유율은 올들어서도 더욱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2002년중에 3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온라인 점유율 61%에 비하면 매우 작은 수치라고 할 수 있지만 일본에 비하면 2배가 높은 것이다.
◇수수료는 매우 높아=미국 증권사 수수료 체계는 우리나라와 상당히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일본과 비슷하게 거래액수의 일정액을 퍼센트 수수료로 받고 있지만, 미국의 경우에는 정액제로 주문당 일정액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아메리트레이드는 한건의 주문이 체결되면 8달러를 받고, e트레이드는 한건의 거래에 14달러 95센트를 받고 있다.
온라인 시장점유율 1위인 찰스슈왑은 거래당 무려 29달러 95센트를 받고 있다. 한국의 온라인 증권사 증권거래 수수료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 거래액 평균치를 기준으로 하면 약 8배에서 20배의 수수료를 받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브로커리지 영업을 위주로 하는 온라인 증권사는 시장조성자 혹은 딜러로부터 주문을 넘겨준 대가로 마진의 일부를 받기 때문에 고객으로부터 받는 수수료 이외에도 추가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호가 제공 수수료를 고객으로부터 받는 증권사도 있고 계좌 관리 수수료를 따로 청구하는 증권사도 있다.
만일 수익이 그렇게 많다면 증권사들이 많은 수익을 거둬야 하겠지만 사실은 거래량이 상대적으로 적고, 브로커 업무를 위주로 하는 증권사 수가 대단히 많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들어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국의 경우 신규 계좌 하나를 확보하는 데 드는 마케팅 비용이 약 250달러이고 신규 계좌 하나의 경제적 가치는 2000달러를 상회한다.
전국을 커버하는 온라인 증권사의 수가 160개를 넘어서고 있고, 지역에 기반을 둔 소규모 브로커까지 합하면 4000개 이상의 브로커가 있기 때문에 경쟁은 대단히 치열하다. 게다가 올들어 고객에게 수수료를 받지 않는 증권사들이 생겨나기 시작, 수수료 경쟁에 불이 붙었다. 아메리트레이드의 모기업인 아메리트레이드홀딩스가 설립한 프리트레이드는 수수료를 받지 않으며 파이낸셜카페라는 증권사도 수수료가 없다.
웹스트리트도 나스닥에 상장된 주식거래에서 1000주까지는 수수료가 없어 소규모로 거래하는 투자자에게는 큰 메리트가 되고 있다. 하지만 시장점유율에서도 나타나듯이 한달에 5회 이상 거래를 하는 본격 투자가에게는 저렴한 수수료가 매력적이겠지만 1년에 거래를 10회 이하로 하는 보통 투자자에게는 싼 수수료가 큰 메리트가 되지못하기 때문에 수수료가 싸다고 해서 시장점유율이나 고객만족도가 높은 것은 아니다. 거래증권사를 선택하는 데는 수수료도 중요하지만 속도, 안정성, 리서치 자료 제공 등과 같은 여러가지 서비스가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온라인 오프라인 증권사 영역 침범 가속화=98년까지만 해도 미국 증권사들은 영역이 구분돼 있었다.
TD워터하우스·e트레이드·아메리트레이드와 같은 온라인 전문 증권사와 찰스슈왑과 같이 온라인 거래도 하지만 전국에 지점망을 확충하고 소매영업에 치중하는 디스카운트 증권사가 그것이다. 또 모건스탠리딘위터·메릴린치와 같은 전통적인 오프라인 증권사로 명확하게 구분이 됐으나 지난해부터 시작된 영역 침범 현상이 올들어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모건스탠리딘위터는 온라인 증권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시장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고, 메릴린치도 메릴린치디렉트라는 브랜드로 온라인 서비스 확충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프루덴셜이나 살로먼스미스바니·페인웨버와 같이 전통적으로 유명한 오프라인 증권사의 온라인시장 침투전략은 일반 소매영업 증권사와는 궤를 달리하고 있다.
프루덴셜의 경우에는 고객이 자산을 예탁하면 예탁자산의 1.5%를 연회비로 징수하고 또 한건의 거래마다 30달러씩 받고 있으며, 페인웨버의 경우에는 연회비를 자산액수와 거래건수에 따라 최소 1500달러를 받고 있다.
이들 증권사는 온라인 고객을 많이 확보해 영업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 아니라 기존 거래고객을 신생 온라인 증권사에 빼앗기지 않겠다는 수비적인 측면과 앞으로 고소득층이 온라인 증권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경우 과거의 브랜드 이미지와 인맥을 통해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e트레이드와 같이 온라인에 치중하던 증권사들도 대도시를 중심으로 오프라인 지점을 열고 있어 앞으로 미국의 온라인 증권시장은 또 한번의 대격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통적인 대규모 증권사들이 참여하지 않았던 시장에서 신생 온라인 증권사들은 시장점유율을 넓혀갈 수 있었지만 온라인 증권시장의 중요성을 깨달은 오프라인 증권사들이 이 시장에 참여해 좋은 브랜드 이미지와 강력한 전산 인프라 투자, 활발한 마케팅 캠페인을 바탕으로 시장점유율을 넓혀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2004년까지 연수입 10만달러가 넘는 고소득층 대부분이 인터넷에 접속하고 그 중 50%가 온라인 증권투자를 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또 온라인 계좌수 점유율은 40%에 불과하지만 예탁 자산규모는 67%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때문에 고소득층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는 증권사는 고객의 예탁자산을 기반으로 증권투자뿐만 아니라 MMF 판매, 간접투자 상품판매 등 다양한 수익기반을 만들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증권사들은 힘든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이런 환경속에 온라인 증권사들은 서비스 분야뿐만 아니라 사이트 디자인과 비즈니스 모델까지도 차별화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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