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패포즈 저 「지식관리론」
대통령의 올해 8·15경축사를 보면 『지식정보강국을 이룩했을 때 세계 일류국가가 될 것』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지식정보」가 대체 무슨 뜻일까. 지식이면 「지식」이고 정보면 「정보」지 왜 합쳐져서 「지식정보」여야 하는가. 영어로 바꿔보자면 「Knowledge Information」쯤이 되겠는데 천만의 말씀이지만, 영어권국가에서 요즘 발행된 신문이나 서적에는 이런 표현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물론 경축사가 의미하는 바는 대충 짐작이 간다. 혹자는 일반 정보사회가 20세기의 것이라면 지식정보사회는 한차원 높은 21세기의 것이라는 편법적 해석도 내놓는다. 「지식정보」라는 말은 실제 이런식으로 널리 쓰여지고 있는 것같다. 그런데 한가지 분명한 것은 지식과 정보는 서로 보완관계나 비슷한 뜻이 아니라,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식과 정보의 차이를 처음으로 설명한 이는 아무래도 60년대부터 지식사회의 도래를 예견했던 피터 드러커를 꼽지 않을 수 없다. 명저 「후기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는 정보가 책이나 데이터뱅크 속에 머물러 있는 정형화된 것이라면 지식은 「사람이 갖고 다니며 사람에 의해 창조되고 적용되며 전달되는 것」이라며 그 차이를 구분짓고 있다.
피터 드러커에 힘입은 바 큰 인물 가운데 하나는 아마도 90년대 혜성처럼 등장한 제프 패포즈일 것이다. 그는 드러커에서 한발자국 더 나아가, 데이터의 개념을 곁들여 정보와 지식의 차이를 보다 감칠맛 나게 설명하고 있다.
패포즈에 따르면 데이터는 한 기업의 회계부서가 A계정에 5000달러의 부실이 발생했다는 식의 단순 사실을 기록한 것이다. 정보는 A계정의 부실이 10개월 동안 진행됐으며 그 책임자는 프랭크라는 사실이 된다. 데이터에 어떤 일정한 맥락을 부여한 것이다. 지식은 이러한 부실을 어떻게 처리해야 되는가에 대한 회사방침이나 방법을 말한다. 가령 「부실계정에 대한 보전계획이 효과가 없으면 상사의 결재를 받아 장부에서 청산한다, 또는 회수비용이 더많이 들 경우 대손금으로 처리한다」는 식이다.
세 개념을 연속선상에서 본다면 데이터는 보다 유용한 정보로, 정보는 다시 보다 실천적인 지식으로 변화되고 있다는 설명이 가능해진다. 제프 패포즈가 이런 변화의 과정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지식의 DNA구조라 일컬어지고 있는 협업(collaboration)의 개념이다.
직원이 상하관계나 종속관계에 묶여있지 않은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 다른 전문분야에서 하나의 목표를 향해 일하는 메커니즘이 협업이다. 가령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 주자는 트럼펫이나 호른주자와는 아무런 상하관계나 종속관계가 없다. 대신 그들은 서로의 영역을 인정하며 존중한다. 그들 사이에는 엄격한 프로토콜이 전제되는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지휘자는 이같은 네트워크를 잘 조율함으로써 멋진 하모니를 연출해낼 수 있는 것이다. (협업 개념을 컴퓨터로 구현한 것이 그룹웨어 원조인 「로터스 노츠」다.)
협업화, 즉 네트워크화로 인해 사무실은 풍부하고 깊이가 있어졌으며, 유익한 커뮤니케이션과 컴퓨터 체험이 가능해졌다. 엄청난 양의 잡무가 간단히 사라져버렸고 절약된 시간과 노력은 기업들에 엄청난 투자수익률을 실현시켜주었다. 이것은 개인에게도 마찬가지일 터다.
피터 드러커는 이런 사회를 지식사회라고 했다. 제프 패포즈는 한걸음 더 나아가 학교에서 연구된 지식사회를 고도의 정보기술 환경에 접목시켜 보다 쉽게 설명하고 있다. 8·15경축사에서 「지식정보강국」부분을 집필한 이들이 피터 드러커는 고사하더라도 최소한 제프 패포즈의 「지식관리론」만을 읽었더라면 어법에도 맞지 않는 「지식정보」라는 단어는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논설위원 j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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