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주 디스플레이뱅크 이사
우리나라는 디스플레이 관련 산업분야의 세계적인 강국이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핵심부품인 CRT의 경우 이미 삼성SDI와 LG전자·오리온 등 국내 3개사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35%대에 진입했고 LCD패널의 경우도 삼성과 LG필립스가 세계 시장의 선두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다.
내수 시장도 인터넷 인구의 급격한 증가와 국민PC의 보급확대, 최근 1∼2년 사이 벤처업체들의 창업열기 등에 힘입어 올해 약 320만∼350만대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전세계 모니터 시장에서의 물량 비중은 2∼3%로 아직은 미미하나 나름대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모니터 제조업체들은 국내시장에서 치열한 마케팅 대결을 벌이고 있다. 또한 이 대열에는 일본·대만 등지의 모니터 제조업체와 국내 수입 업체들도 제품 기술력과 마케팅력·가격경쟁력을 내세워 좁은 시장에서의 경쟁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현재 국내 모니터 시장은 PC와 번들로 판매되는 시장과 모니터 단품시장으로 대별할 수 있다. 예컨대 삼성의 매직스테이션PC와 싱크마스터모니터가 결합되어서 함께 팔려나기는 번들시장과 모니터만을 별도로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형태의 시장이 그것이다.
용산전자상가는 국내 모니터시장의 가장 큰 핵이다. 국내 전체 모니터 유통물량의 70% 내외가 용산전자상가를 통해 전국에 유통된다.
국내 모니터 제조업체들은 산하에 총판 혹은 대리점들을 조직하고 있고 이들 총판과 대리점만을 통해 제품을 공급하는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다. 대리점은 또한 하부에 딜러나 컴퓨터 조립상 등에 제품을 공급한다. 물론 각각의 단계를 거치면서 소정의 마진이 추가됨은 물론이다.
최종 소비자가 모니터를 구입할 경우 대리점에서 살 수도 있고 딜러나 소매점, 컴퓨터 조립상을 통해 구입할 수도 있다. 따라서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이러한 유통구조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동시간에 전세계의 제품가격을 모두 비교 열람할 수 있다. 또 클릭 한 번으로 어디서든 원하는 물건을 최저의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이같은 시대에 서울 한복판의 용산에서는 원하는 모니터를 조금이라도 싸게 사고자 몇시간씩 발품을 파는 소비자를 자주 접하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용산에서는 막강한 전국적 유통파워를 가진 업체들이 다수의 브랜드에 대해 대리점 계약을 체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그동안 폐쇄적으로 운영돼 온 대리점 체제의 누수를 짐작케 하는 조짐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모니터 유통의 변화는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가 큰 물결임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모니터 구매자는 인터넷을 통하여 제품의 품질·가격·다른 사람들의 사용기 등 콘텐츠가 결합된 정보를 제공받고 웹 상에서 구매하게 될 것이다. 물론 결제부문, 배송부문, AS, 반품교환 등의 인프라 정비는 필수다.
앞으로는 같은 브랜드의 제품을 한푼이라도 싸게 사려고 용산에서 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사이트를 여기저기 헤맬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하지만 현재는 같은 모델의 모니터 가격이 어찌된 영문인지 온라인이 오프라인보다 더 비싸다. 왜냐하면 현재의 온라인은 유통단계의 축소가 아니라 오히려 추가된 형태이기 때문이다. 기존 대리점이 별도로 전자상거래를 추가하고 있어 전자상거래의 마진만이 더해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용산의 오랜 관행인 무자료거래도 이런 부분에 일조하고 있다.
그러나 아주 가까운 미래에 이 모든 문제가 아주 빠르게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체들은 나름의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대리점과 총판의 눈치를 보아가며 구축하고 있다.
전자상거래의 도입으로 제조업체는 제조업체 나름대로 고민을 안고 있고 하부의 대리점·총판 등 유통단위는 더 큰 생존의 고민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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