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 논설실장 hdlee@etnews.co.kr
기업의 규모나 역사는 수익창출 여부와 비례한다고 한다.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는 기업은 규모를 계속 확대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연륜도 쌓인다. 일정 규모 이상의 이익을 끊임없이 창출해야 기업이 번영의 길을 갈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이 이익을 내지 못하면 생존자체가 불가능해 진다. 최근 벤처기업이 거품론이나 위기설에 휘말린 것도 따지고 보면 규모의 이익을 실현하지 못한 결과다.
흔히 21세기를 다양화·개성화 시대라고 말한다. 벌써 지구상의 직업이 자그마치 5만여종에 달한다니 그만큼 다원적인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7700여개가 넘는 국내 벤처기업중 대부분이 경영난에 허덕인다. 수출실적이 있는 기업은 전체의 27%에 그친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벤처붐이 불어 전문인력이 벤처기업으로 몰려 가는 바람에 기존업체들이 대책마련에 부심하던 모습과 비교하면 너무나 의외의 현상이다.
디지털시대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독창성을 가진 기업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그런 기업의 대표적인 유형중의 하나가 벤처기업이다. 라이프 사이클이 짧아지는 지금의 사회환경에 대응해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게 이점이다.
그런데도 벤처기업의 거품론과 위기설이 나도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크게 내부적인 문제로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벤처기업이 나름대로 독창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이 기술력을 수익창출과 연결시키는 사업화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기업은 확보한 기술력을 어떻게 제품화 또는 판매하느냐가 중요한 관건이다. 기술적 가치는 높지만 현실적으로 상품화가 어렵거나 그 기술의 구매자가 없다면 기업의 부가가치창출 능력은 상실된 셈이다. 더욱이 다른 기술과 조화 또는 융합할 수 없으면 이 또한 효용가치가 없다. 채택이 안되는 기술은 무용지물이다. 나홀로 기술만으로 수익창출은 불가능하다. 기술만능주의라고 하지만 모든 기술이 다 부가가치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면 실패하고 만다.
둘째는 벤처기업인들의 경영마인드 확보가 절대 필요하다. 대부분의 벤처기업인은 경영에 대한 포괄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하다. 오직 기술력과 열정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기업성공의 필요충분조건을 도외시한 시각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도 경영마인드가 부족하거나 영업력이 없어 사업화에 실패하거나 설령 사업화에 성공해도 이를 지속시키지 못하면 주저앉고 만다. 이론만 갖고 냉엄한 현실을 극복해 나갈 수는 없다. 기존 업체와의 처절한 생존경쟁에서 견디지 못하면 도태되는 게 현실이다. 벤처기업도 독창적인 기술력과 함께 관리·자금·인력·영업·홍보 등에서 전문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한 사람이 기술개발과 관리·자금·영업 등에서 전문가가 되는 것은 극히 어렵다. 벤처의 창업 및 사업의 인허가, 각종 계약, 코스닥 등록과 이후의 영업·세금·자금관리 등 해야 할 일은 많다. 한 사람이 그런 능력을 가질 때까지 세월이 무작정 기다려 주지도 않는다. 최단시일안에 기업의 위치를 굳히지 못하면 경영위기를 맞는다. 대기업은 의사결정과정이 복잡하고 시일은 오래 걸리지만 분야별 전문인력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기술개발과 재무·인력관리·영업·홍보·기획 등 각 팀이 나름의 노하우를 지니고 있다. 인력이 자산인 기업에서 내부의 인적자원에서부터 벤처기업과는 차등이 생긴다.
이제 벤처기업도 독창적인 기술력과 함께 관리·자금·영업 등 분야별 전문인력을 확보해야 기업으로 착근할 수 있다. 벤처는 성공률이 극히 소수라는 일반론에 편승해 실패를 당연시해서는 안된다. 기업 실패의 원인을 분석해 성공의 조건을 보태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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