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불공정경쟁

전세계를 하나로 이어주는 정보기술(IT) 및 인터넷의 장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오직 1등만 살아남고 2, 3등에 오른 기업도 회사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비정한 승부의 세계가 펼쳐진다. 최근 전세계 IT 및 인터넷 업계에서 대형 인수·합병(M&A)이 속출하는 것도 그 목적은 하나다. 1등이 되기 위해서다.

대형 M&A가 발표되면 독점 및 불공정 경쟁을 둘러싼 시비로 업체들은 한차례 홍역을 앓는다.

「비즈니스위크(http://www.businessweek.com)」지는 최근 전세계 IT 및 인터넷 업계가 불공정 경쟁을 둘러싼 논쟁 때문에 시끄러운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케이블과 인스턴트 메시징, 이동통신 등의 분야는 언제 어디에서 분쟁에 휘말릴지 모르는 지뢰밭이라고 지적했다.

미 장거리 전화업체인 월드컴과 스프린트의 합병이 최근 무산된 것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에서 AT&T에 이어 2, 3위를 달리던 월드컴와 스프린트가 지난해말 인수·합병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은 물론 전세계 정보통신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그러나 이들 두 회사의 인수·합병 시도는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났고 끝내 무산됐다. 미 법무부가 세계 인터넷 백본망 시장의 30∼40%를 점하고 있는 월드컴이 스프린트까지 합병할 경우 시장 독점력이 더욱 강화되는 것을 우려해 즉각 합병에 반대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

법무부는 연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월드컴과 스프린트의 합병이 25년 전 법무부가 AT&T를 강제로 분할한 뒤 어렵게 조성한 시장경쟁 체제를 완전히 뒤집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유럽연합(EU)도 「두 회사가 합병에 성공하면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인터넷 백본망 시장에서 신규업체의 진입을 막을 가능성이 높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월드컴은 마침내 지난 7월 13일 스프린트 인수·합병 시도를 백지화한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또 올해 초 발표된 아메리카온라인(AOL)의 타임워너 인수·합병도 전세계 인터넷 업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것인 만큼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와 EU 규제당국의 승인을 앞두고 있는 지금도 불공정 경쟁시비의 한가운데 몰려 있다.

특히 미디어와 인스턴트 메시징 등의 분야에서 AOL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디즈니와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한 수십 개 경쟁회사들이 「합병의 전제조건으로 AOL네트워크를 무조건 개방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합병회사가 고속 인터넷 분야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CNN 방송 등 타임워너 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를 최우선적으로 공급하게 되면 디즈니 계열의 스포츠 채널인 ESPN은 프로그램 배급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AOL은 또 1억6000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인스턴트 메시징 네트워크도 외부에 개방하라는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MS와 야후, 오디고 등 10여개 인스턴트 메시지 업체들이 연합, 오는 9월부터 상호 서비스를 호환키로 결의한 것도 더욱 큰 목적은 AOL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번에 네트워크를 개방하기로 한 10여개 업체의 회원수를 모두 합쳐봐야 AOL 한 회사보다도 적은 상황에서 인터넷 거인인 AOL이 참여하지 않는 한 인스턴트 메시지 호환노력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스턴트 메시지 전문업체인 오디고의 다이어먼디스 부사장은 『현재 미 FCC와 AOL에 압력을 행사해서라도 실시간 메시지 프로그램 호환계획에 동참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OL은 『자사 인스턴트 메시지 시스템이 다른 업체 시스템과 호환되도록 할 방침』이라며 한 발 뒤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AOL은 아직 구체적인 추진일정을 내놓지 않는 등 「시간끌기」 작전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IT 및 인터넷 업계의 불공정 경쟁 논쟁은 사실 새삼스런 것이 아니다. 인터넷 비즈니스의 가장 큰 특징은 사용자가 증가할수록 효용이 높아지는 데 비해 비용은 급격히 떨어진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러한 현상은 각각 네트워크 효과와 수확체증의 법칙으로 설명된다.

IT 기술이 만들어내는 「신 경제」에서는 한번 1위 업체로 발돋움하면 시장지배능력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공고해진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확보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끝없는 영토확장에 나서고 이는 또 필연적으로 독과점 및 불공정 경쟁 논쟁을 초래할 것이다. 인터넷 가상공간에서 공정경쟁을 부르짖는 것은 부질없는 인간의 욕심인지도 모른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