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쯩 신드롬"에 대학생들 몸살

지난 97년 불어닥친 IMF 이후 치열한 취업경쟁을 뚫기 위해 대학생들에게 컴퓨터·정보통신 관련 자격증 취득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컴퓨터 관련 국가공인자격증은 「워드프로세서」 「정보처리기사」 등을 포함, 17개에 이르며 「인터넷 정보검색사」 「컴퓨터 활용능력 검정」 등 24개에 이르는 민간자격증을 포함하면 모두 41개나 된다.

또 유명 국제공인자격증도 「MCSE(Microsoft Certified System Engineer)」 「CNE(Certified Netware Engineer)」 「SCJP(Sun Certified JAVA Programmer)」 등을 포함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물론 대학생들에게 이러한 자격증 취득은 개인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검증받을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되고 있다.

하지만 자격증 취득과정에서 제도와 시설 등 각종 문제가 발생, 대학생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곤 한다.

정보처리기사 1급과 MCSE 자격증을 취득한 인하대 P모(24)군은 『시험이 거의 문제은행식이므로 간단한 이론만 이해하고 기출문제 암기 위주로 공부해도 누구나 합격할 수 있다』며 『이런 시험에 전력한 시간과 비용이 아깝다』고 말했다.

사설학원들은 실습 위주의 수업보다는 이미 출제된 문제 위주로 주입식 강의를 하고 있으며 최근 자격증 취득 열풍이 불기 시작한 군대에서도 시설은 제대로 갖추지도 않고 병사들로 하여금 자격증 취득을 지시하고 있다.

미 8군 카투사 박모 병장(22)은 『군대에서도 제대하기 전에 정보기술(IT)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지시한다』며 『자격증 취득 지시만 내려졌지 그에 대한 교육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병사들은 스스로 책만 보고 공부해야 할 실정』이라고 말했다.

사설 전문학원의 천차만별 수강료에 대한 체계적인 규정도 필요하다.

학원에 따라 동일과목인 MCSE 취득과정 수강료가 30만원대에서 40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또한 학원들이 「가장 유망한 자격증」 「100% 취업보장」 「병역특례 혜택」 등을 내세우며 무분별한 과대광고를 함으로써 대학생들을 당혹스럽게 하는 경우도 있다.

MCSE 과정을 수강중인 연세대 L군(24)은 『실무경험을 쌓으려고 비싼 돈을 들여 전문학원을 다니지만 실습위주보다는 기출문제 풀이식 강의가 이뤄지고 있어 실망』이라고 말했다.

정보기술은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빨리 변화하고 이에 발맞춰 대학생들이 자신의 능력을 측정, 객관적으로 검증받기 위해 또는 관심분야에 대한 학업의 연장으로서 자격증 취득에 나선다면 이는 적극 권장할 만하다.

하지만 대학생들의 무분별한 자격증 취득 열풍은 지양돼야 한다. 「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 「이력서에 한줄 더 쓰기 위해」 등 단순한 목적이라면 자격증 취득을 위한 시간과 비용은 일과성에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관계기관도 대학생들에게 혼란을 주는 무분별한 과대광고와 수준 이하의 강의를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 대학생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명예기자=박영철·인하대 autofe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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