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물에 빠져 죽는 사람보다 술잔에 빠져 죽는 사람이 더 많다. 과음·난음은 물론이고 추태로 인한 인격의 파탄도 죽음과 마찬가지다.
선현들은 예로부터 주도를 아끼고 사랑했다. 상하의 법도가 따로 있고 노소의 예법이 분명하다. 노소의 분별이 없이 한잔 하고 살구씨나 깨물어 먹는 서양의 음주문화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유가에선 관례·혼례·상례·제례·상견례와 마찬가지로 주례를 율례의 하나로 꼽았다.
손님을 청해 술을 마시고 손님이 돌아가기까지에는 무려 13단계의 예의 절차가 필요했다. 술을 마시기 시작할 때도 손님을 위한 시조 한수를 읊는 운치를 잊지 않았다. 선비들의 사교파티였던 향음주례에선 요즘처럼 상의를 벗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의관을 갖추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술 한잔을 권하는 데도 손님과 주인은 무려 100여번의 절을 했다.
주인은 반드시 대야와 물을 들고 와 손님이 보는 자리에서 술잔을 씻는다. 또 술을 권할 때마다 자리를 함께 한 사람들은 손과 술잔을 정갈한 물에 씻어야 한다.
술자리의 사람들이 첫순배가 돌고 나서 자리를 바꾸어 앉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예의였다. 이렇게 함으로써 술자리가 시종 예의를 지키는 자리가 되고 곤드레 만드레가 되는 것을 스스로 삼갈 줄 알았다.
향음주례의 일관된 정신은 첫째 의복을 단정히 하고 끝까지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말 것, 둘째 음식을 정결하게 하고 그릇을 깨끗이 할 것, 셋째 행동을 분명하고 의젓하게 할 것, 넷째 존경하거나 사양하거나 감사할 때 즉시 행동으로 표현해 절을 하거나 감사의 인사를 할 것 등이다.
<과학기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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