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벤처업계의 최대 화두는 인수합병(M &A)이다. 벤처업계 전반에 금융시장 불안으로 자금난이 경색되고 일부 닷컴기업들은 수익모델을 찾지 못해 퇴출위기까지 몰리는 상황에서 M &A가 벤처업계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M &A로 인수기업은 피인수기업의 기술력과 인력을 확보하고 피인수기업은 인수기업의 안정적인 자금지원을 통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현 벤처조정 극복의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코스닥등록기업들은 M &A에 적극적이다. 증시를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유망한 벤처기업을 인수, 기술확보는 물론 외형을 키우고 내실도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상반기에 새롬기술·다음커뮤니케이션·로커스·한글과컴퓨터 등 상당수 기업들이 M &A로 신규사업 진출이나 시장지배력을 확대하는 효과를 봤다.
이처럼 M &A가 급류를 탈 수 있었던 것은 인수합병을 위한 실질적인 비용이 크게 감소됐기 때문이다. 벤처조정기의 장기화로 몸값이 크게 떨어진 벤처기업에 대한 M &A 비용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투자신탁회사의 주식형 사모펀드 판매를 허용함에 따라 적대적 M &A가 가시화되는 등 이제부터 M &A가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주식형사모펀드(100억원 이상의 단위형 펀드)의 등장으로 기업가치가 저평가돼 있거나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벤처기업들에 대한 적대적 M &A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첨단기술주 열풍으로 소외됐던 전통적인 굴뚝주들도 M &A로 사업목적을 변경하고 정보기술(IT)업체로 거듭나며 첨단산업으로 변신, 실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보일러 부품업체에서 일약 코스닥 황제주로 등극했던 리타워테크놀러지(전 파워텍)나 바른손을 인수, 주목받는 미래랩 등이 이 부류에 속한다.
그러나 M &A가 반드시 벤처기업에 성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경우 M &A와 출자를 통해 벤처업계에 선풍적인 신경영 바람을 일으켰지만 최근 기술개발보다는 계열사 확대를 통한 시가총액을 늘리는 데 골몰한다는 비난이 쏟아지면서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반면 시스코는 40여 네트워크 관련 기술보유업체를 적극적으로 M &A하면서 나스닥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시가총액 1위를 다툴 정도로 성장했다.
물론 아직까지 소프트뱅크와 시스코의 M &A 방식에 대한 우열을 가리기는 성급한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일부 국내 인터넷·정보통신 벤처기업들이 막무가내로 손정의 사장의 성공신화를 뒤쫓는 M &A 방식은 상당한 부작용이 우려되며 국내 벤처기업 활성화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벤처기업 M &A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피합병기업의 시장선도력, 산업집중률, 시너지 창출력, 기술력, 소유구조 등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코스닥등록 벤처기업 M &A 현황(단위 억원)
인수업체=피인수업체=비용=목적
새롬기술=타운넷=41=콘텐츠 확보
바른손=와와닷컴=125=인터넷업체 변신
뉴런네트=비봉전자통신=65=네트워크장비업체 변신
세원텔레콤=맥슨전자=600=GSM 기술 확보
휴맥스=크로스텍=지분확대=네트워크장비시장 진출
에스넷=트러스트테크놀러지=10=ASP시장 진출
인성정보=휴먼벨트닷컴=13=통합메시징시스템 확보
웰링크=보성하이넷=-=광전송장치 기술 확보
한국정보통신=바람소프트·보인기술=13=인터넷사업
일산일렉콤=아이링스=6.5=인터넷접속장비 개발
다음커뮤니케이션=유아이앤닷컴=210=인스턴트메시징서비스 통합
로커스=세븐웨이브=201=무선인터넷 기술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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