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TV방송 3사가 오는 9월 3일부터 디지털TV방송을 실시하기로 한 것은 우리 방송사에 한 획을 긋는 의미있는 일이다.
흑백TV방송에서 컬러TV로의 전환이 진화라고 한다면 아날로그TV에서 디지털TV로의 변화는 혁명에 가깝다. 디지털TV방송은 음질이 CD 수준이며 화질 또한 극장의 영화와 거의 맞먹는다. 또 아날로그 방송은 단방향이지만 디지털TV방송은 양방향이 가능하고 특히 영상 및 음성·데이터 정보 등을 검색·가공·저장할 수 있어 그 효용은 비교할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우리가 디지털TV방송을 실시하게 됨으로써 방송기술이 한층 선진화되고 가전을 비롯한 컴퓨터·소프트웨어·통신 등 관련 산업에 대한 파급효과도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디지털TV방송은 시청자들의 문화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디지털TV방송 실시는 그동안 재원부족과 기술미흡 등의 이유 때문에 숱한 연기론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단행됐다. 우리는 디지털방송을 언젠가는 실시해야 하고 그 준비가 다 될 때까지 미룬다고 하더라도 완벽해지기는 어려운 일이다. 방송시기를 자꾸 연기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소지만 더 키우는 것이다. 특히 디지털방송은 이미 지난해 9월 23일 영국에서 개시한데 이어 올해는 세계 20여개국에서 시작할 예정이다. 따라서 방송 3사도 국제적인 경쟁구도를 감안하면 이번에 방송을 단행키로 한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다.
이제 우리는 디지털방송과 관련해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그것을 살피고 제대로 된 방송체제를 갖추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하겠다.
우선 디지털TV방송은 영향력이 매우 크고 공기의 성격이 강한 만큼 방송 사업자의 의무도 막중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인식해야 한다. 이미 미국이나 일본은 디지털TV방송에 관해 방송사업자의 의무를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방송의 공익성 강화를 비롯해 교육 개선, 장애자의 액세스권, 디지털 시대의 재난 권고 등의 내용을 방송사업자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도 이러한 규정을 하루 빨리 구체화해 방송 초기부터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겠다.
그동안 지적돼 왔던 우리가 채택한 방송방식인 ATSC의 결함 해소도 과제다. 단독주택의 난시청 문제나 차량 등으로 이동할 경우 시청에 따르는 문제점 등을 간과해서는 안되겠다. 이같은 문제는 방송사업자나 TV생산자들이 일차적으로 해결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가전업체들은 TV수신기의 이퀄라이저와 수신 알고리듬 등을 개선하고, 방송사업자들도 난시청 지역에 대해서는 안테나를 설치하는 등 상호 긴밀하게 협조해 해결을 강구해야 겠다.
많은 시청자들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질 높은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이 수신기를 부담가지 않는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방안 마련도 중요하다. 아울러 막대한 규모로 소요되는 디지털방송 장비도 수입에서 벗어나 하루 빨리 자급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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