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 서비스 이용자 보호제도 마련은 필수다. 기술진보, 새로운 서비스 등장 등 급변하는 통신시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평생고객」으로서의 소비자 지위가 보장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용자 보호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강화할 경우 통신사업자의 불만이 불거져 나올 수 있다. 소비자 보호 관련대책을 시행할 경우 그에 따른 사업자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소비자 보호대책은 통신사업자에게 더 유리할 수 있다. 효과적인 소비자 보호대책은 지속적인 통신시장의 성장을 보장하는 보증수표가 된다.
최근 선진국들은 이용자 보호대책을 소비자의 피해 구제라는 측면보다는 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적극적인 마케팅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정부기관의 법제정과 그에 따른 하부규칙을 만들어가며 실질적인 소비자 보호에 나서고 있다.
◇미국=미국은 정보통신 분야를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한 중요한 도구로 인식하고 있다. 이 때문에 통신서비스 이용자 보호에도 매우 적극적인 편이다.
미국의 이용자 보호제도는 각종 선도적인 법제정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할 경우 사안별로 규칙 내용을 개정, 보완하고 있다.
미국 통신서비스 이용자 보호제도의 기본 틀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전기통신법. 미국은 96년 이 법안에 전화폭력과 희롱, 포르노 사진 전송 등 유해정보 유통을 방지하기 위해 「통신품위법」을 만들었다. 「전화소비자법」도 주목할 만하다. 전화가 통신수단뿐만 아니라 마케팅의 중요한 요소로 등장함에 따라 만든 법이다. 이 법에서는 전화권유 판매행위, 사전녹음 전화행위, 전화폭력행위, 자동다이얼장치를 이용한 일방적인 광고전화 등을 법위반 행위로 규정, 형사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정보통신분야에서 개인 생활과 관련된 부문도 매우 엄격한 법제도를 운영중이다. 의도적인 전기통신방해행위와 전기통신내용의 도용 및 공개행위, 통신 거래기록에 대한 무권한자의 접근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한다.
소비자 피해와 관련해서는 「정보통신 이용자 고충처리제도」가 눈길을 끈다. 이 제도는 미국통신위원회 주관으로 정보통신 이용자의 고충 제기부터 이용자와 전기통신사업자와의 화해, 재심결을 담당한다.
텔레마케팅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텔레마케팅 소비자에 대한 사기와 남용방지법」도 통신서비스의 발달에 따라 파생된 법령 중 하나다. 이 밖에 「부당한 표시·광고 등 부당거래행위 규제」, 「발신전화번화 통지서비스제도」, 저소득층·학교·의료기관, 고비용지역에 대해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지원하는 「보편적 서비스 관련제도」, 독과점으로 인한 통신시장의 피해를 막기 위한 「셔먼법」, 「클레이톤법」 등도 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안들이다.
◇일본=정보통신 이용자 보호에 대한 논의가 일기 시작한 시기는 지난 95년 9월 「전기통신과 소비자 보호에 관한 연구회 보고서」가 출간된 이후부터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아직 정보통신 이용자 보호에 관한 별도의 법제도가 정비돼 있지 않다. 일본은 우정성을 중심으로 개인정보 보호, 사생활 보호와 관련된 대책이 활발히 논의중이나 법령의 재·개정보다는 지침의 제정 등 행정지도 성격이 강하다.
우정성에서는 정보통신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욕구를 파악하고 이를 행정에 반영하기 위해 「전기통신이용자 상담실」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지난 94년부터는 1000여명으로 구성된 전기통신모니터 요원을 선발,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전기통신모니터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를 위해서는 지난 91년부터 「전기통신사업에 있어서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작성해 사업자 단체에 지도하고 있다.
◇영국=영국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전기통신법에 의해 통신서비스 내용을 규정한다. 법안내용도 단호한 편이다. 영국은 전기통신법에 의해 공중전기통신시스템이나 공중전화시스템에 의해 불쾌, 음란, 외설적 메시지나 불안을 일으킬 목적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하고 있다.
「정보보호법」에 의거,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통합시켜 개인정보보호에 나서고 있다. 통신사업자가 개인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피해구제관련 제도도 비교적 완벽한 편이다. 경쟁 및 서비스 부문에서는 전기통신, 가스, 전기, 수도 등 공공서비스 이용자 피해보상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사업자는 이법에 준해 고충처리절차를 별도로 마련해두고 있다.
관련부처 내에도 고충처리담당직원을 두고 소비자로부터 제기되는 고충내용을 상세히 분석, 이를 연차보고서로 공표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보편적 서비스 이용제도다. 모든 국민이 보편적으로 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전국 사업자인 BT에 계층별, 업종별 서비스 제공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에 따른 비용을 다른 경쟁사업자에게 분담시킬 것인가를 검토중이다.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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