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473) 벤처기업

러시아의 마피아<13>

모스크바에 지사를 두고 사업을 추진하면서 나타샤를 여러 차례 만났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만남에 불과했을 뿐이었다. 나에 대한 그녀의 마음이 순수했듯이 나 역시 그녀와의 우정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려고 애썼다. 연애감정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런 연애감정에 함몰되면 비련으로 끝날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이었다.

러시아에서 내가 처음 벌린 사업은 「러시아 전산」이라는 컴퓨터 회사와 합작하여 민스크에 있는 군복회사에 자동시스탬을 발주했다. 그곳은 군수산업으로 주로 러시아 군대의 군복을 생산하는 업체였다. 제복의 공정 가운데 자동시스템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통합하여 관리하는 것이었다. 내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과 기술용역을 담당하고 마이크로 패널을 공급했다. 다른 하드웨어 부분은 러시아 전산에서 생산하였다.

여기서 생기는 수익은 적지 않았는데 문제는 달러를 가지고 나가지 못하게 한다거나 지불할 달러가 없다는 것이었다. 러시아 전산도 그 계열로 따지면 이완 알렉세이비치의 영향권에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를 만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크렘린 궁이 보이는 광장 건너편의 네프키 카페에서 마주앉았다. 그 카페는 찻값이라든지 술값이 엄청나게 비싸서 국내인은 출입을 하지 않았고 주로 외국인 상사 직원이나 러시아 졸부들의 젊은 자녀들이 찾는 곳이었다.

『알렉세이비치, 돈은 미화로 지불해 주기로 약속을 했으면서 당장 돈이 없다고 하는 것은 약속 위반이 아니겠습니까?』

『얼마를 가져가려는 것이지요?』

『총계 550만달러입니다만, 그 돈은 공사가 끝나면서 받기로 했고 일단 계약금 150만달러는 지불해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계약금을 받지도 않고 계약을 했나요?』

『소위 이곳의 약속수표(약속어음)로 받았는데, 외화라는 이유로 결제가 보류되었습니다.』

『그 일은 러시아 전산과 이야기하지 왜 나에게 말합니까?』

『당신이 국제 무대에 증권사와 은행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러시아 전산의 상당 지분도 당신이 소유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미화 달러가 필요하면 알렉세이비치를 만나라는 은어가 나올 정도인데 그 내막을 모르겠지만, 우리가 초면도 아닌 입장이고 해서 상의드립니다.』

그의 입가에 음흉한 미소가 스치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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