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애니메이션 의무 방영 비율 논란

국내 창작 만화영화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국산 애니메이션 의무방영 비율 정책」이 일부 방송사의 편법운영으로 오히려 역효과를 낳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BS 등 일부 방송사는 최근 주중 같은 시간대에 고정적으로 방영하는 띠편성으로 운영해 오던 만화영화를 대폭 줄이는 대신 주말에 재방송을 내보내는 편법을 통해 정부가 정한 의무방영 비율 40%를 채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국내 애니메이션 업체들은 정부가 국산 애니메이션 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만든 제도가 오히려 이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KBS는 그동안 매주 월∼금요일 오후 5시45분에서 6시45분까지 2편의 만화영화를 어린이시간대에 편성, 연속 방영해왔으나 최근 한 프로그램을 줄이고 나머지 프로그램을 목·금으로 옮겨 주말에는 재방송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대해 KBS의 한 관계자는 『만화영화 방영 자체를 줄인 것이 아니라 편성상 방영시간대를 바꾼 것일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으나 띠편성 만화영화가 한 편으로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또 다른 방송사의 관계자는 『국산 만화영화로 전체 만화시간대의 40%를 모두 채우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며 『국산 작품의 제작 및 수급이 원활이 되지 않는 한 시간대를 줄이든지, 재방을 늘리든지 편법운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중소 애니메이션 기획사 K사장은 『대다수 지상파 방송사들이 오후 6시대를 전후로 만화영화 2편 정도를 주중 매일 같은 시간대에 방영하는 띠편성을 운영해왔으나 최근들어 일부에서 띠편성을 없애고 만화영화 방영시간을 주말 아침이나 낮으로 옮기고 있다』며 『이는 40%의 의무방영비율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자 전체 만화영화 방영시간을 줄여서 기준을 지키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하청작업에서 벗어나 모처럼 국산 창작 애니메이션 제작이 활기를 띠고 있는데 방송사들이 작품수급이 제때 되지 않는다고 해서 만화영화 시간대를 없애버린다면 의무방영비율 정책의 근본취지를 무색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국내 애니메이션업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 98년부터 지상파방송사로 하여금 애니메이션 방영시 국산 애니메이션 의무비율을 순차적으로 높여 올해 40%를 채우도록 했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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