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서울대학교 애니메이션과 교수 김헌준(hkim0714@freechal.com)
최근 초대형 3차원(3-Dimensional) 애니메이션 영화 「다이너소어」가 극장가에 화제를 낳고 있다.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 실사배경에 디지털 공룡들을 합성, 3D 애니메이션 분야의 새로운 장을 연 이 작품은 CD롬 7만장이라는 방대한 분량의 데이터가 단적으로 말해주듯 각고의 고통속에 나온 산물이다. 공룡 근육의 섬세한 움직임이나 캐릭터 표정 연기, 물·바람에 의해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원숭이털 등 세밀한 묘사는 전통적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다른 미적 경험을 체험하게 하고 3D 애니메이션 기술의 발전을 실감하게 한다. 다이너소어는 캐릭터의 역동적인 동선과 색채의 친근감을 무기로 그동안 아성을 지켜왔던 셀애니메이션에 위기감을 더해주고 있다.
특히 이 기술은 그동안 3D의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던 어색한 동작과 질감이 떨어지는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머지않아 3D가 만화영화는 물론 실사영화에서도 주연 역할을 당당히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국내에서도 3D 애니메이션 제작이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까지 제작이 시작됐거나 기획되고 있는 애니메이션의 수는 공식 발표된 30여편을 포함해 100여편에 이르며 그 중 절반 정도가 3D작품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양적인 측면에서는 국내 3D 애니메이션이 발전하고 있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여전히 문제점이 노출된다. 지난해 개봉됐던 「철인사천왕」은 「토이스토리」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제작된 풀 3D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 크게 주목을 받았지만 기술과 내용적인 측면에서 모두 낙제 점수를 면하지 못했다. 철인사천왕의 실패 요인을 대부분의 업계 관계자는 시장분석이 정확하지 못했고 기획력의 부족, 기술력에 대한 자만심 등에서 찾고 있다.
이에 반해 다이너소어는 공룡의 사실적 표현을 위해 6년간의 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12년의 제작기간이나 2억 달러라는 엄청난 제작비를 차치하고라도 그들의 치밀함과 섬세함을 우리 업계의 현실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3D 애니메이션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3D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미국이나 디즈니가 던져주는(?) 3D 소프트웨어만으로는 각 작품에 맞는 동작이나 캐릭터의 표현이 어렵다. 더욱이 작품마다의 독창성을 부여하려면 소위 하우스 프로그램의 개발도 시급하다. 사실 국내에서는 특정 애니메이션을 위해 자체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사례는 전무하다. 하청작업에 주력했던 국내 영세업체에는 너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3D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이를 적용한 애니메이션이 성공한다면 이미 기존의 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 차기 작품의 제작비용을 크게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하드웨어 개발, 마케팅력 보완, 전문교육기관 마련, 정부의 책임있는 지원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유망직종 10위 안에 3D 애니메이터가 선정됐던 사실에서 알 수 있듯 3D 애니메이션 시장이 폭발적으로 확대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보다 넓은 시각으로 우리가 갖고 있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견실히 준비해 나간다면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에 당당히 주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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