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에 지분을 투자해 계열화한 후 자체 네트워크를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 고수익을 올리는 벤처지주회사(벤처홀딩컴퍼니) 모델이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3월 3000억원 이상을 한국의 벤처기업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소프트뱅크를 시작으로 벤처업계의 주목을 받던 홀딩컴퍼니들이 코스닥 침체에 따른 벤처조정기 장기화로 투자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홀딩컴퍼니란?=벤처홀딩컴퍼니들의 최대 무기는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네트워크 구축이다. 즉, 일정 지분을 투자하는 벤처캐피털과 달리 경영권 행사가 가능한 선까지 여러 업체의 지분을 확보해 계열화, 그룹식으로 운영한다.
홀딩컴퍼니들은 보통 자체적인 비즈니스 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네트워크로 연결된 전세계 기업을 적절히 매치, 투자기업의 가치를 높인다. 투자형태는 벤처캐피털과 유사하지만 외국에서는 홀딩컴퍼니나 투자기업의 주식과 맞교환(스와핑)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국내에는 성격은 다소 차이가 나지만 소프트뱅크·리타워텍(구 아시아넷)·코리아인터넷홀딩스(KIH) 등이 있다.
◇왜 위축되는가?=홀딩컴퍼니의 투자를 받는 벤처기업은 홀딩컴퍼니를 축으로 형성된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 비즈니스에 장애가 될 수 있다. 그룹화의 경향이 대그룹의 폐해에 익숙한 벤처기업들로부터 반감을 사고 있다.
지분인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안정적인 지분과 경영권에 집착하는 한국적 기업문화에 접목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홀딩컴퍼니들은 또 스와핑을 선호하는 데 반해 현재 국내 상법상 스와핑이 제한돼 있어 운신의 폭이 좁다. 코스닥시장 침체와 자금시장 경색, 유망 벤처기업 발굴의 한계 등도 위축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향후 전망은=홀딩컴퍼니는 세계 인터넷업계의 대부로 성장한 손정의에 의해 올초까지만해도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주식」을 주 매개체로 하는 이같은 벤처투자모델은 나스닥과 코스닥의 동반하락으로 국내는 물론 미국에서조차 위축되고 있다. 따라서 주식시장이 다시 활황세로 돌아서지 않는 한 앞으로의 전망도 회의적이다.
특히 한국적 정서상 투자기업의 계열사 경향이 짙어 벤처기업들이 경영상 운신의 폭이 좁은 것이 약점으로 지적되는 점이 풀어야 할 숙제다. 이에 따라 벤처홀딩컴퍼니들은 비즈니스 형태를 신규투자 방식 보다는 인수합병(M &A)·바이백·인수후 개발(A &D) 등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이미 M &A 전문 홀딩컴퍼니로 변신을 꾀하는 곳도 있다.
◇떠오르는 코퍼레이트캐피털=홀딩컴퍼니의 위축속에 부상하고 있는 것이 일반기업체의 벤처투자, 즉 코퍼레이트 벤처캐피털이다. 벤처자금시장 냉각으로 초기 펀딩과 후속 펀딩이 어려워진 벤처기업들이 비즈니스 협력이 용이하고 자금력이 막강한 대기업들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 특히 한국통신·SK텔레콤·LG텔레콤 등 국내 정보통신업체와 컴팩·IBM 등 외국계 정보기술(IT)업체들은 대규모 펀드 조성과 자금-기술-마케팅을 연계한 새로운 벤처투자모델을 제시,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에는 IMT2000 등 대형 프로젝트와 연계한 벤처투자 모델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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