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장비 외산 각축장 한국>2회-무선인터넷

우리나라는 올 초 이동전화 가입자 수가 25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95년 이후 빠른 속도로 이동전화 가입률이 상승, 전체 인구의 50% 이상이 이동전화단말기를 보유하고 있다. 표 참조

특히 지난해 말부터 무선 인터넷 기능을 구현하는 인터넷단말기의 국내 수요가 창출되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 이동전화시장은 해외 장비업체간 무선 인터넷 접속기술 표준경쟁의 실험대가 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지난 6월 이동전화단말기 보조금 제도 폐지에 따른 수요 위축이 본격화한 이후에는 인터넷단말기가 유일한 성장품목으로 등장하는 추세여서 해외업체들이 주도하는 무선 인터넷 표준경쟁이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인터넷단말기 국내 시장은 지난해 말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의 1% 정도인 20만에 불과했지만 지난 6월 말에는 31% 수준인 290만명으로 늘어났다. 이에 맞춰 WAP(Wireless Application Protocol) 방식 무선 인터넷 브라우저 진영의 대표주자인 에릭슨과 폰닷컴, ME(Mobile Explorer)를 들고 나온 마이크로소프트(MS), HDR(High Data Rate) 기술 개발에 나선 퀄컴 등이 한국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현재 SK텔레콤(011·017)은 WAP 방식의 AU브라우저를, 한통프리텔(016·018)은 MS의 ME브라우저를, LG텔레콤(019)이 WAP 방식의 폰닷컴브라우저를 각각 적용한 무선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정보통신, 현대전자 등 이동전화단말기 제조업체들도 서비스 사업자들의 시스템에 맞춰 각종 모바일 브라우저를 채택한 단말기를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5억원을 들여 개발을 완료한 모바일 웹브라우저인 「애니웹」을 탑재한 PCS폰 5개 기종을 지난 4월부터 출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서비스사업자들의 부가서비스 요청에 맞춰 PCS폰에는 애니웹을, 셀룰러폰에는 WAP 방식 브라우저를 적용할 계획이다. 또 최근에는 MS와 무선 인터넷 분야에서 포괄적인 제휴를 맺음으로써 ME브라우저의 도입을 예상케 하고 있다.


LG정보통신도 지난해 말 폰닷컴(전 언와이어드플래닛)의 모바일 인터넷 표준언어인 HDML(Handheld Device Markup Language) 방식 브라우저를 채택한 인터넷단말기 「아이-플러스」를 선보인 이래로 10여종의 제품을 출시햇다. 이 회사는 폰닷컴 외에도 AU, ME 등 각각의 브라우저에 맞는 유저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으며 최근 WAP 진영의 선두주자인 에릭슨과 포괄적으로 제휴함으로써 무선 인터넷 사업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전자도 폰닷컴, AU, MS 등과 모바일 브라우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자사의 이동전화단말기인 「걸리버 네오미」를 중심으로 무선 인터넷 기능 채택을 확대해가고 있다. 이 회사는 앞으로 최대 2.4Mbps의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HDR 단말기 개발에 나서는 등 3세대 인터넷단말기 제품군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처럼 외산 모바일 브라우저들이 국산 이동전화단말기 안으로 속속 들어옴에 따라 국내 무선 인터넷 시장의 자생력 결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나마 삼성전자의 애니웹이 국산 브라우저의 체면을 지키고 있지만 서비스 사업자들의 채택률이 저조해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업계의 국산 브라우저 개발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부 관계자들은 『외산 브라우저들이 앞다퉈 밀려들어오는 것은 한국에서 무선 인터넷 시장이 일찍 개화한 데 따른 당연한 결과』라며 『오히려 이를 잘 이용하면 우리나라가 무선 인터넷의 강국으로 부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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