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통신장비업체, 한국시장 공략전술 각양각색 발걸음도 빨라져

우리나라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사업의 밑그림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해외 통신장비업체들의 한국시장 공략을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노키아, 에릭슨, 모토로라 등 3대 이동전화단말·시스템업체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 이동통신 원천기술 보유사인 퀄컴을 비롯해 루슨트테크놀로지스, 노텔네트웍스, 시스코시스템스 등 해외 유명 통신장비업체들은 한국 정부(정통부)와 산업계 동향을 예의 주시하며 입지 강화를 겨냥한 다양한 전술을 펼치고 있다.

◇에릭슨, 제휴로 영향력 확대 =스웨덴의 에릭슨은 WAP(Wireless Application Protocol) 솔루션을 들고 국내 이동전화사업자 및 장비업체들과 제휴를 맺어나가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SK텔레콤, 현대전자, LG정보통신, 한화/정보통신, 스탠더드텔레콤 등과 WAP브라우저를 내장한 단말기를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최근에는 LG정보통신과 장비분야에서 포괄적인 제휴를 맺음으로써 한국 IMT2000 시장에 적지않은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전망이다.

◇퀄컴, 전방위 공세 =퀄컴은 2세대 이동전화시장에서 한국을 파트너로 삼아 성장가도를 달려온 업체로 「동기 강화, 비동기 측면지원」의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즉 더 많은 한국업체들이 자사가 강점을 가진 동기식 IMT2000시스템을 채택하기를 바라되, 비동기식에서도 기술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퀄컴 김성우 지사장은 『한국에서 강한 동기업체가 등장해야 비동기도 발전할 수 있다』며 『동기방식 채택업체와 다양한 형태의 제휴 및 투자관계를 모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토로라, 정중동 =모토로라는 한국 토착형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조심스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의 통신시장에서 30여년간 다져온 경험을 토대로 해 섣불리 나서지 않고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탬 아시아태평양 사장은 『한국에서 모토로라는 동기, 비동기 방식에 모두 대응해나갈 것이며 1x, IS95C 등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이동전화단말기들을 속속 선보일 예정』이라고 언급, 정중동의 전략을 엿보게 했다. 특히 모토로라는 노키아에 내준 이동전화단말기 판매 1위 자리를 되찾기 위해 한국과 아시아를 대상으로 인터넷단말기(제품명 타이 치)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노키아, 제휴 통한 포석 =세계 1위의 이동전화단말기 판매회사인 핀란드 노키아는 아직 한국 차세대 이동통신시장에 대한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한국 IMT2000시장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협의를 거듭하고 있지만 향후 사업추진방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결정한 게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중견 이동전화단말기 제조업체인 텔슨전자와 제휴, 내년부터 한국 이동전화단말기시장에 본격적으로 제품을 선보일 태세다. 이 회사는 아직 동기식 시스템을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에 단말기를 앞세우는 소비자 중심의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루슨트, 장비공급권 수주 강화 =루슨트테크놀로지스는 지난 상반기 SK텔레콤과 2.5세대 이동전화서비스규격인 IS95C 관련장비 공급계약을 체결, 국내 IMT2000 장비시장 진출에 유리한 교두보를 확보했다. 이 회사는 국내 IMT2000사업자 선정을 위한 컨소시엄에 지분투자와 같은 직접적인 투자는 고려치 않고 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루슨트가 AT&T에서 독립한 이유는 통신서비스와 장비사업을 함께 진행하다 보니 타 서비스사업자에 장비를 공급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라며 지분투자를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강조했다. 다만 루슨트가 시스템 사업부문만 있기 때문에 효율적인 장비 공급을 위해 국내 단말기 전문업체와 제휴를 적극적으로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텔, 다양한 카드 마련 =SK텔레콤 IS95C 관련장비 공급과 관련 루슨트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노텔네트웍스는 상황에 따라 여러가지 카드를 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준식 노텔 이사는 『노텔은 국가당 하나의 통신사업자와 제휴를 추진하는 것이 기본방침』이라며 『효과적으로 한국 차세대 이동통신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여러각도에서 전략을 수립,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노텔은 다른 통신사업자들과 달리 파격적인 직접 지분투자를 통한 기득권 확보에도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스코, 실익 챙기기 =이동통신 데이터를 인터넷망에 연결시켜주는 상호기능연동(IWF)제품 등 무선통신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시스코시스템스는 지분투자 형식의 사업 진출은 고려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는 시스코시스템스가 직접판매방식이 아닌 국내 네트워크통합(NI)업체를 통한 간접판매방식으로 한국시장에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로통신, 두루넷 등과 체결한 벤더파이낸싱 등을 통한 시장접근의 가능성은 얼마든지 남아 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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